"예비인수제안서는 지난해 이미 제출했고 인수의사를 (산업은행에)통보했습니다.인수배경은 글쎄요…"(19일 저녁 한솔제지 관계자) "당사는 동해펄프 예비인수제안서 및 입찰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20일 한솔제지 공시) 법정관리업체인 동해펄프 공개매각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입찰 마감일인 지난 19일 한솔제지와 산업은행이 한 목소리로 국내업체로선 유일하게 한솔제지가 동해펄프 인수에 참여한다고 밝혔다가 다음날 돌연 한솔제지가 입장을 1백80도 바꾼 것. 한솔제지측은 "내부적인 의사소통이 잘못됐다"고 즉각 해명했다. 하지만 제지업계는 한솔제지의 '어이없는 실수'가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의 무리한 권유에서 비롯된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솔그룹에 대한 대출 등 여신이 많아 연초마다 한솔의 주채권은행 대상으로 떠오르는 산업은행이 동해펄프 입찰과 관련,한솔제지에 무형의 압력을 가한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 한솔제지측은 이번 입찰초기부터 "동해펄프 인수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산업은행은 지난해에도 동해펄프 공개매각을 추진했다 막판에 실패,매각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인수의향서 접수때 국내사 한곳도 참여의사를 안밝히는 등 미지근한 반응에 당황한 눈치다. 산업은행이 지난 89년부터 동해펄프에 빌려준 자금은 2천5백억원. 돌려받은 5백억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출자전환해 4백90만주(지분율 51.3%)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입찰 분위기를 띄우는 방편으로 한솔제지를 '들러리'로 활용했으리라는 업계의 추측은 납득이 가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한솔그룹이 대대적으로 흡수합병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생긴 이같은 금융회사의 은근한 압력이 기업경쟁력 제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는게 아닐지 우려된다. 임상택 벤처중기부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