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집값이 '3종(種) 3색(色)'을 보이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강남구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청담·도곡저밀도지구 아파트 분양권이 주택거래신고제를 피해가면서 매물이 씨가 마를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반해 재건축 초기 단계 아파트들은 주택거래신고제 이후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최고 5천만원까지 떨어졌다. 또 기존 아파트들은 주택거래신고제와 무관하게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택거래신고제 및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가 미치는 파급효과에 맞춰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정작 이들 저밀도지구 내 아파트 가격을 잡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엉뚱하게 다른 아파트 가격만 잡은 셈이 됐다. ◆분양권은 강세 19일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도곡주공 1·2차,개나리1·2·3차,영동주공1·2·3단지 등 청담·도곡저밀도지구 내 분양권들은 지난 4월 말 주택거래신고제 실시 이후 오히려 2천만원 안팎 상승했다. 특히 도곡주공2차의 경우 매물이 하나도 없어 가격 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지난주 8억8천만원(13평형)짜리 매물이 하나 있었지만 지금은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다. 개나리 1∼3차도 40∼50평형대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매물은 없는 상황에서 매수세만 이어지고 있다. 20∼30평형대로 구성된 영동주공1∼3단지는 주택거래신고제 시행 이후 2천만원 정도 상승했다. 32평형대는 7억원에서 7억2천만원선으로 올라섰다. 4억9천만원선이던 24평형 로열층도 5억1천만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인근 푸르지오공인 유인상 사장은 "매수세는 꾸준하지만 매수자의 마음에 드는 매물은 찾기 어려운 상태"라며 "멸실주택은 주택거래신고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 재건축 단지는 폭락 강남구 재건축 초기 단계 단지들은 주택거래신고제 이후 최고 5천만원 정도 급락했다. 가격이 많이 하락했는데도 찾는 사람이 전혀 없어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포주공1단지 15평형은 주택거래신고제 이전 6억1천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5억6천만원짜리 매물도 팔리지 않고 있다. 개포주공2단지 16평형도 5천만원 하락한 5억4천만원에 호가되고 있다. 개포주공4단지 13평형은 5억4천만원으로 4천만원 정도 떨어졌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호가가 많이 낮아져도 매수세가 붙지 않는 상황으로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시행 가능성이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아파트는 보합 일반아파트들은 주택거래신고제 시행 이전과 비슷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대치동 우성아파트 45평형은 이전과 같은 15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개포동 개포주공고층 34평형도 7억5천만원선으로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다만 기존 아파트들에선 매수세가 끊기면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포동 에이스공인 조병희 대표는 "취득·등록세 부담이 수천만원씩 늘어난 탓에 매수세가 끊겼지만 그렇다고 호가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