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올 상반기 중으로 착공식을 가질 예정인이산가족 면회소 건설이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남북한은 지난해 11월 제5차 남북적십자회담에서 금강산 온정리 조포마을에 6천평 규모의 면회소를 건설하고 건설 및 운영을 남측이 전담하는 조건으로 올 봄에 착공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적은 지난해 12월 말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남측이 작성한 두 가지의 면회소 계획 설계안을 전달했으며, 지난 1월 북측과 11층 규모의 계획 설계안을확정지었다. 그러나 남북은 1월과 2월 금강산 실무접촉에서 건설부지 측량 및 지질조사와 관련한 기술적 사항을 논의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해 아직까지 지질조사에 착수하지못하고 있다. 게다가 2월 이후 몇 개월째 면회소를 둘러싸고 남북 간에 아무런 접촉도 이뤄지지 않아 당초 올 봄에 계획했던 착공식은 올 상반기 중에도 성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면회소 설계는 80% 정도 진행됐으며 나머지 설계는 부지 측량과 지질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와야만 가능한 실정이다. 남측은 설계에 필요한 현지 측량과 지질조사의 대부분 과정을 남측 기술진이 담당하고 일부 만을 북측에 맡기려고 하는데 북한이 그에 대한 보상을 지나치게 많이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질조사가 계속 늦어짐에 따라 한적은 6월말로 설계사업자와 계약을 중지해야할 형편이다. 한적은 1단계 설계 및 착공 경비로 20억1천900만원을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의결을 거쳐 사용하고 있는데 설계지연으로 자칫 예산을 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19일 "지질 조사의 여러 과정 중 일부를 북측에 하도급을 주기로했는데 북한이 대가를 많이 받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측이 겉으로는 돈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지질조사를 늦추는원인은 조사지역이 군부 관할이어서 군부 등 관계기관 사이의 협조가 잘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적 관계자는 "북측이 담당할 지질조사 일부 과정은 1만5천달러이면 충분할텐데 5만∼6만달러 정도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면회소를 하루 빨리 건설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적은 빠른 시일 내에 면회소 지질조사와 관련한 남북접촉을갖자고 북측에 제의할 예정이다. 한적 관계자는 "지질조사를 못해 더는 설계를 진척시킬 수 없다"며 "빠른 시일내에 양쪽 적십자사의 책임 있는 관계자들이 모여앉아 면회소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좀 더 기다려보다가 북측이 계속 미적거릴 경우 우리가 직접 현지에 들어가 지질조사 전 과정을 다 하는 쪽으로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