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의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려는 고이즈미(小泉) 정권의 '재정개혁' 작업이 사회보장비 억제를 둘러싼 부처간의 대립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무상 자문기관인 '재정제도 등 심의회'는 17일 '2005년 예산편성에 관한 건의'라는 의견서를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에게 올렸다. 의견서는 "일본의재정상황은 극히 심각하다"며 "세출개혁의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강한 톤으로 건의했다. 현재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54.6%로 경제협력개발기구(GDP) 국가 중 최고수준이다. OECD의 전체 평균은 78.2%로 전통적으로 국채의존도가높은 미국(63.4%)의 2배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일본의 재정난은 사회의 고령화 탓에사회보장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다 경기부양책을 남발했기 때문이라는게일반적인 평이다. 심의회의 이같은 의견은 최근 고이즈미 정권의 연금관련법안 개혁작업과 맞물려이른바 사회보장비를 어느 선에서 묶을 것인가라는 문제로 집약되면서 부처 이기주의에 기초한 대립을 낳고 있다. 다니가키 재무상은 의견서를 검토한 뒤 "사회보장개혁과 '3위1체 개혁', 이 두가지에 대한 빈틈없는 전망을 세우겠다"며 사회보장비를 중심으로 한 세출억제의 의지를 강조했다. 연금, 의료, 노인 및 장애인 간병(개호) 등 현재 일본의 사회보장관련비용은 일반세출의 40% 이상을 점하고 있다. 후생노동성 추산에 따르면 오는 2025년도에는 현재의 1.8배 가량인 152조엔에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정적자분의 이자와 세금, 사회보험료를 합친 이른바재정의 '잠재적 국민부담률은'은 올해의 45.1%에서 2025년 56% 수준에 이를 것으로예상된다. 재무상의 세출억제 의지는 최근 경기회복세가 진행되면서 장기금리의 상승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상승은 이미 발행된 국채분에 대한 원리금의 누적적 증대로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재무성은 장기금리가 1% 상승할 경우 국채부담액이 1.2조엔씩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사회보장 정책과 집행을 담당하는 부처인 후생노동성은 이같은 사회보장비 긴축요구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한 간부는 사회의 고령화와 출산률 저하로 급부의 자연증가를 바랄 수 없는 마당에 "예산 삭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재무성 일각에서도 "억제목표를 수치로 정하는 것은 의미없는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고이즈미 정권은 이른바 '3위1체 개혁'의 하나인 지방자치단체 개혁의일환으로 내년과 후년에 걸쳐 지자체용 보조금 3조엔의 삭감을 추진중이나 지자체의반발이 거센데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무상이 이같은 반발을 의식, 3조엔 상당의세원이양을 약속하는 바람에 정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심의회의 의견서는 "세원이양 문제는 국고보조금이나 지방보조금의 개혁과 함께 '일체'로 진행돼야 한다"며 총무상의 선심성 세원이양 방침을 꼬집었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