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대단원의 막을 내린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헌법재판소 입장에서 탄핵사건 심리의 전형을 마련한 기회이면서도 탄핵심리관련규정을 보완할 필요성을 일깨운 계기이기도 했다. 사건 접수후 헌재가 봉착한 첫 애로점은 헌법재판소법에 명시된 몇몇 조항 외에는 탄핵심리에 필요한 절차적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 따라서 헌재는 탄핵사유에 대한 심리 못지않게 사건 초기부터 절차적 선례 마련에도 상당한 정력을 쏟아야 했다. 실제 헌재는 증거조사 과정에서 일부 증인의 증언 내지 출석 거부 앞에서 제재수단의 빈약함을 맛봐야 했으며, 검찰의 측근비리 내.수사기록 제출문제를 놓고 한차례 공개변론을 연기하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이런 문제의식은 대통령 대리인단도 마찬가지여서 최후변론이 끝난 후 헌법재판소법 개정 내지 탄핵심판 규칙의 제정을 건의하기도 했으며, 헌재 역시 선고후 이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동안 탄핵심판 심리과정에서 헌재에 직.간접적으로 제기된 제도적 미비점을정리해 본다. ▲탄핵사유 추가 = 1차 공개변론을 앞두고 국회 소추위원측에서 세 가지 탄핵사유에 대통령의 노사문제와 집회.시위에 관한 잘못된 정책, 총선과 재신임 연계발언등을 추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불거진 문제다. 소추위원측은 기존 소추내용과 동일 사실범위에 포함된다면 검찰이 공소장에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것처럼 탄핵사유를 덧붙일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회의 소추권은 국회의 의결에서 나오는 권한인 만큼 재의결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탄핵소추 철회 = 강금실 법무장관이 탄핵심리 초기 법조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첫 언급한 후 4.15총선 직후까지 줄곧 정치권과 시민단체, 학계 등에서 쟁점이 됐다. 헌법에 재적의원 과반수로 탄핵소추가 발의되고 ⅔ 이상 찬성으로 의결이 이뤄진다고만 돼 있을 뿐 소추 취소에 대한 어떤 명문 규정이 없다는 법적 공백으로 인해 발생한 논란거리였다. 소추 철회는 불가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탄핵심판이 준용토록 돼 있는 형사소송법상 검찰이 1심 선고 전에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것처럼 헌재 선고 전까지 가능하다는 긍정론도 있다. 이 경우 소추 철회를 가능케 하는 정족수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가 생기는데 재적 과반수 찬성이라는 규정을 둔 독일의 예를 참고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추후 전문가들의 검토가 필요한 부분으로 거론되고 있다. ▲임기만료 국회의 탄핵소추 = 16대 국회의 임기를 불과 두달 보름여 앞두고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바람에 국회 임기가 만료됐을 경우에도 탄핵소추가 유효한지,국회측 입장을 대변할 소추위원은 누가 맡게 되는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역시 명문 규정은 없지만 임기 만료시 자동폐기되는 일반 법안과 달리 탄핵소추는 국회 임기가 끝나도 유효하며 소추위원 역시 새로 구성된 국회 법사위원장이맡아야 한다는 쪽이 힘을 얻고 있다. ▲수사.재판기록의 증거제출 = 헌재가 국회 소추위원측 증거조사 신청을 받아들여 측근비리 재판.수사기록의 복사본 제출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법원은 헌재의요구를 수용했지만 검찰은 수사기밀 누출 등을 이유로 기록제출을 거부, 두 사법기관에서 같은 법조항을 놓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했다. 헌재는 이 과정에서 수사.재판기록의 경우 복사본 제출은 요구할 수 있으나 이요구가 강제적인 것은 아니라는 쪽으로 해석을 내린 것으로 보이지만 추후의 혼선을피하기 위해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증거조사 거부시 제재 = 헌재는 공개변론에서 증거조사에 상당한 심혈을 쏟았지만 증언을 거부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하고 신병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한 신동인 롯데쇼핑 사장에게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못할만큼 속수무책이었다. 증언 거부시 형사소송법을 준용하고 증거조사 거부시 징역 1년 이하, 벌금 100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이 있긴 하나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오는 증인이나 관련기관에 강제성을 높일 별도 규정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회의 의결전 심의강화 = 탄핵심리 내내 쟁점이 됐던 부분은 국회가 의결과정에서 국회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 또한 의결 `절차상' 하자 외에도 국회에서 증거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대통령에게 청문의 기회조차 주지 않아 검찰 수사결과와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이상의 것이 없었다는 `내용상' 하자도 부각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차제에 선택사항인 국회 법사위의 탄핵소추안 심의를 의무화하고 당사자에 대한 청문의 기회 보장을 명문화하는 등 사실관계 확정을 위한 증거조사 및 심의절차를 명확히 하고 강화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한 이번처럼 국회 차원의 증거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경우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탄핵소추를 막기 위해서라도 헌재에서의 증거조사범위를 제한하는 규정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타 = 우선 탄핵심리 후반에 제기된 소수의견 개진문제. 이는 헌재법이 탄핵심판 사건에서 소수의견 개진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기된 것이므로 보완대상이라는 것. 또한 헌재법상 탄핵심판 사건의 당사자 정의 문제를 비롯, 당사자의 법정 출석이 의무인지와 당사자를 증거조사 방법으로 소환할 수 있는지도 심리 과정에서 정리된 사항이긴 하나 명문화할 필요성이 있다. 제도적 정비 사항은 아니지만 탄핵심리가 이뤄지는 법정이 정치공방의 장으로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재판장의 엄격한 지휘권 행사와 양측 당사자, 대리인의 협조도 원활한 심리에 필수적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