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여고생이 아테네 올림픽 조정 부문 출전자격을 얻어 한국 대표로 올림픽 무대를 노크한다. 충북 충주시 충주여자고등학교 3학년 이윤희(李閏姬.17) 선수는 지난 24일 열린2004년 올림픽 출전을 위한 아시아 조정 예선 싱글스컬 부문에서 중국 선수에 이어2위를 차지, 5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땄다. 창단 28년의 충주여고 조정부에서 국가대표는 몇 명 배출했지만 올림픽 본선에나가는 것은 이양이 처음이다. 충북 충주시 주덕읍 삼청리에서 출생, 큰 키(현재 181㎝)로 주덕중학교에서 포환과 허들 충북도 대표선수까지 지내는 등 육상선수로 활약하던 이양은 이 학교 체육교사였던 윤예근(48.현 충주여고 체육부장)씨와 당시 충주여고 체육부장이던 이한규(59.현 산척중) 교사에 의해 국내 최고의 조정선수로 성장했다. 이양은 여고에 입학한 지 5개월도 채 안된 지난 2002년 7월 대통령기 전국 시도대항 조정대회 무타포어 부문에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아시아 주니어 조정선수권대회와 전국 조정선수권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했고 83회 전국체전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또 지난해에도 해군참모총장배와 물사랑 전국 조정대회, 대통령기, 전국체전 등5개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충북 우수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급성장은 평소 말이 없고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하는 강인한 정신력이밑바탕이 됐다. 이양은 매일 오후 3시간 30분씩 충주 조정지호에서, 밤에는 학교의 체력단련장에서 같은 부원들과 훈련을 하면서도 꾀를 부리지 않으며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고피가 흘러 굳은살이 박혀도 끈질긴 노력과 의지로 고통을 이겨냈다. 또 옆에서는 충주여고 조정 선배인 이진숙(32) 충북도 코치와 윤예근 부장 등이힘을 불어넣어 줬다. 그러나 이양의 아버지 이호근(47)씨는 당뇨로 인한 간경화 합병증으로, 어머니서옥희(45)씨는 심한 관절염으로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남동생도 고교 1학년에 재학 중에 있는 등 가정형편도 딱한 실정이다. 특히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돼 나오는 생활비는 물론 지난해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지원받는 월 60만원의 수당도 대부분 부모 치료비로 충당하고 있지만 이양의얼굴에는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겠다는 비장한 결의로 가득차 있다. 이양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전해 들은 충주여고 동문회는 지난 26일 개교 62주년 기념 동문회 석상에서 이양에게 5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양은 "조정은 아직까지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종목"이라며 "국내1인자라는 자만을 버리고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해 첫 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충주=연합뉴스) 민웅기 기자 wki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