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슬람 세계와 벌이고 있는 이념 전쟁에서 하드 파워(hard power.강성 권력)에만 의존함으로써 소프트 파워(soft power.연성 권력)를 급속히 상실하고 있다고 미국 하버드 대학의 조지프 나이 교수가 19일지적했다. 나이 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테러 전쟁에서 이기려면 `직접적인 무력'인 하드 파워와 `자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간접적인 힘'인 소프트파워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지만 조지 부시 행정부는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고신랄하게 비판했다. 나이 교수에 따르면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권력에는 채찍으로 위협하는것, 당근으로 유인하는 것 그리고 문화와 가치로 매혹하는 것 등 3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나이 교수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문화와 가치로 자발적인 협력을이끌어 내는 소프트 파워의 적절한 사용이다. 소프트 파워를 동원하면 재화와 인명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등장 이래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은 간과되고 있다. 미국은전세계에서 테러와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일방주의로 일관해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이슬람권에서 반미감정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요르단과 파키스탄 등 미국에 우호적이었던 이슬람 국가들에서조차도 부시 대통령보다는 오사마 빈 라덴을 더 신뢰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드 파워를 앞세운 전쟁에서 미국은 승리하고 있지만 소프트 파워 전쟁에서는 오히려 오사마 빈 라덴이 이기고 있는 것이다. 나이 교수는 테러 전쟁은 이슬람 문명권 내의 급진파와 온건파 간 내전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온건파가 승리할 때 미국도 승리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은 온건파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소프트 파워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랍 민중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알-자지라 등 아랍권 언론과 더욱 효율적으로 상호작용을 해야 하며 미국의 정책이 온건파 무슬림들의 가치와 얼마나 부합하는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민주주의를 이식한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로의 변화가 이라크 재건, 아랍 경제의 현대화, 아랍 민중들의 삶과 권리 향상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홍보해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9.11 테러 이후 아랍권과 학술 및 문화 교류를 축소한 부시 행정부의 결정은 미국에 이익이 되기 보다는 더 큰 해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주의란 정부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과 교육.학술기관, 각종 비영리단체 등이 합작으로 이뤄내는 것이라면서 설득과 협력을 중시하는 소프트파워의 사용만이 테러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