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중대한 시험에 직면했다. 이라크 무장세력의 일본 민간인 3명의 납치 및 살해위협 사건으로 지난해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고이즈미 총리의 대(對)테러 결의 및 위기돌파 능력이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9일 인질 구출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이라크 무장세력과의 접촉에 나서는 등 사태해결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또 추가 인질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이라크에 있는 일본언론 관계자 20명을 이라크 남부 사마와에 있는 육상자위대 주둔지로 피신시켰다. 지난해 11월 이라크에서 일본 외교관 2명이 피살된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일본 정부로서는 이번에 민간인들이 '이라크파병'의 희생양이 될 경우 철군여론이 격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라크 현지의 미군과 정보소식통을 통해 납치단체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나,아직까진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테러에 굴하지 않겠다"며 "자위대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결심은 무장단체의 위협대로 피랍자가 살해될 경우 여론의 역풍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사태가 오는 7월의 참의원(상원) 선거에 악영향을 미쳐 여당이 참패하면 총리 자리도 흔들릴 수 있다. 야당은 이미 대정부 공세를 시작했다. 민주당과 공산당은 "자위대 파견으로 이런 사태가 일어날 위험은 전부터 예견됐었다"면서 신속한 철군을 촉구했다. 일본은 작년말 5백50명의 육상자위대를 사마와 지역에 파견,이라크의 치안유지 및 재건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