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科(학과)'의 독음을 `학교'라고 적는가 하면`漢字語(한자어)로 옮기시오'라는 문제를 읽지 못해 우리말로 옮긴 답이 절반이 넘었습니다" 서울대가 2004학년도 1학기 대학국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자어 기초실력 평가 결과, 전체 응시자의 약 60%가 100점 만점 중 50점을 넘기지 못하는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번 학기 개설된 대학국어 79개 강좌 수강생 1천264명 중775명이 50점 미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평균은 50점에 못미치는 44.61을 기록했다. 반면 8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197명으로 15%에 불과했다. 교재의 범위를 2개과로 지정해준 뒤 두번째 치른 평가에서는 전체 평균이 80.73을 기록해 첫번째 평가보다 점수가 크게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고교 과정을 마친 대학 신입생들의 한자 실력이 부족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는 학생들의 한자 실력을 키우려는 고육지책으로 첫 시험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4차례의 평가를 실시해 전체 평균이 50점을 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대학국어 과목에 F학점을 줄 방침이다. 첫 시험 결과 단대별로는 법대가 75.69로 가장 높았으며 인문.사회대는 55~56점의 분포를 보였다. 그러나 일부 단과대학은 평균 점수가 20점을 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단과대간 점수 차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채점에 참여한 모 조교는 "신문에 자주 나오는 정치 관련 한자어는 잘 읽는 편이었지만 막상 실생활에 자주 등장하는 한자어를 읽지 못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았다"며 "답안지에 이모티콘(감정을 나타내는 기호)을 잔뜩 그려놓은 학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2월초 합격자 발표와 함께 신입생들에게 약 70여쪽의 한자연습 교재를미리 지급하고, 시험 유형을 예고한 뒤 3월 개강 후 대학국어 시간에 평가를 실시했다. 시험은 한자어 및 사자성어 독음(讀音) 쓰기와 문장 속에 알맞은 한자어 넣기등의 유형 100문항으로 구성됐으며 각 문항 당 배점은 1점씩 부여됐다. 국문학과장 송철의 교수는 "학생들의 한자 실력을 높이려면 수능 등에도 한자실력을 반영할 필요성이 있으며 논술이 실시되면 지문의 상당 부분을 국한문 혼용으로 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