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평화재건사단(자이툰부대)의 주둔지가 키르쿠크에서 북부 쿠르드족 자치구역으로 바뀜에 따라 사막복 착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과 미국이 자이툰부대 새 주둔지로 검토 중인 술라이마니야와 아르빌은 다후크와 함께 쿠르드족 자치구역으로 이라크 최북단 산악지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빌은 해발 414m 이상 고산지대로 주민들이 농업과 직물업, 석유 산업에 종사하며, 상대적으로 낙후한 술라이마니야 역시 해발 2천m 고산지대에 위치해 사막과는 무관한 지형이다. 이라크는 주로 남부(외디야사막)와 남서부지역(시리아사막)에 사막이 분포돼 있고, 통상 '쿠르디스탄 산지'로 불리는 북동부 산악지대는 봉우리의 평균 높이가 2천440m에 달할 정도의 고지이다. 국방부는 주둔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부 나시리아에 주둔 중인 서희.제마부대원의 의견을 바탕으로 사막복을 부랴부랴 제작한 결과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사막의 폭염을 염두에 둬 가볍고 통풍성이 뛰어나게 제작된 사막복 착용으로는 겨울철 해발 1천500m 이상 고지에서 눈까지 내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작전수행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미군에 대한 저항세력의 공격이 갈수록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군과 유사한 물방울 무늬 사막복을 걸친 한국군이 자칫 표적으로 오인될 가능성마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급조된 사막복 대신 한국군 고유의 얼룩무늬 위장복을 그대로 입어야 한다는 의견도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일본을 비롯해 많은 연합군이 원래 입던 군복 그대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면서 "주둔지가 북부산악지대로 바뀐 만큼 사막복 착용이 원점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