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밤 수원의 한 모텔에서 극약을 마시고 동반자살한 박모(25)씨 등 20대 남녀 5명은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만난 것이 확실시돼 관련 사이트의 폐해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경찰은 숨진 문모(19.여.경기 파주시)씨와 민모(20.광주 북구)씨의 호주머니에서 'e-메일로 연락드렸던 사람이에요. 구파발, 종로3가, 수원역', '수원역-시외버스터미널-대합실'이라고 적힌 쪽지를 각각 발견, 동반자살한 5명이 전자메일을 주고받으며 자살방법과 장소까지 모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살한 5명은 모두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가입돼 있고 2∼3명씩 다른 포털사이트에 중복 가입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이들이 가입한 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정확한 대화내용을 파악할 방침이다. 특히 이모(29.서울 노원구)씨는 유서에서 "모 포털사이트의 'A심부름센터' 몇몇사람과 대화명이 '일회용'인 사람이 음독할 약을 구해준다고 했으나 3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사기당했다"고 밝혀 인터넷을 통한 '촉탁살인'을 의뢰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있다. 문씨 또한 지난해 가을 이씨와 같은 사이트에서 독극물 구입을 시도하다 언니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인터넷 자살사이트 만남을 통한 국내 (동반)자살의 첫 케이스는 3년여전인 지난2000년 12월 14일 강원도 강릉의 한 리조텔 객실에서 숨진 대학생 차모(당시 21세)씨와 김모(28)씨. 카드빚과 가정환경을 비관한 이들은 자살사이트에서 알게 돼 강릉으로 향했고이번 수원 사건처럼 객실에서 같은 종류의 독극물을 마셨다. 이어 2002년 5월 5일 경기도 평택시의 산길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던 이모(35)씨등 자살사이트 회원 3명이 승용차 머플러를 통해 배기가스를 마시는 수법으로 생을마감했다. 2003년 4월 18일에는 성형수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여대생 김모(22)씨 등 여자 2명이 자살사이트에서 만나 강원도 춘천시 야산에서 함께 음독자살했다. 강릉 리조텔 자살사이트 동반자살사건 이후 3년여동안 동종사건이 10여건 발생했지만 근절대책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경찰청은 첫 사건 발생후 곧바로 한글로 운영되는 자살사이트를 모두 폐쇄토록했지만 한달만에 23개로 늘어나는 등 경찰과 자살사이트간의 숨바꼭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자살의 방법과 약품종류, 심지어 자살가격까지 흥정하는 사이트의 운영자에 대한 자살방조죄 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자살사이트와 자살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운영자를 자살방조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증거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운영자를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자진폐쇄를 유도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규석 교수는 "자살은 도적적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일인데 최근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서로 자살을 고무하고 동조하는 네티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며 "정보화시대의 극단적 폐해인 자살사이트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