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밤 수원 B모텔에서 극약을 마시고 동반자살한 박모(25)씨 등 20대 남녀 5명은 '생을 마감하겠다'는 유서를 남겼을 뿐 아직 정확한 자살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의 주소지가 전국에 산재하고 최고 9살의 나이차에다 별다른 친분이없는 점 등으로 미뤄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만나 동반자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들의 인터넷 ID 접속 사이트와 전화통화 내역을 조사중이다. 인터넷 자살사이트 만남을 통한 국내 (동반)자살의 첫 케이스는 3년여전인 지난2000년 12월 14일 강원도 강릉의 한 리조텔 객실에서 숨진 대학생 차모(당시 21세)씨와 김모(28)씨. 카드빚과 가정환경을 비관한 이들은 자살사이트에서 알게 돼 강릉으로 향했고이번 수원 사건처럼 객실에서 같은 종류의 극약을 마셨다. 이어 2002년 5월 5일 경기도 평택시의 산길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던 이모(35)씨등 자살사이트 회원 3명이 승용차 머플러를 통해 배기가스를 마시는 수법으로 생을 마감했다. 2003년 4월 18일에는 성형수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여대생 김모(22)씨 등 여자 2명이 자살사이트에서 만나 강원도 춘천시 야산에서 함께 음독자살했다. 강릉 리조텔 자살사이트 동반자살사건 이후 모방사건과 타인의 자살을 도와주는'촉탁살인'이 10여건 발생, 사상자는 40여명에 이르지만 근절대책은 유명무실하다는지적이다. 첫번째 자살사이트 사건이후 경찰청은 곧바로 한글로 운영되는 자살사이트를 모두 폐쇄토록 했지만 한달만에 23개로 늘어나는 등 경찰과 자살사이트간의 숨바꼭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자살의 방법과 약품종류, 심지어 자살가격까지 흥정하는 사이트의 운영자에 대한 자살방조죄 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자살사이트와 자살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운영자를 자살방조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증거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운영자를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자진폐쇄를 유도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규석 교수는 "자살은 도적적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일인데 최근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서로 자살을 고무하고 동조하는 네티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며 "정보화시대의 극단적 폐해인 자살사이트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