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쌍둥이를 임신한 산모가 임신중 마약을 복용하는가 하면 필요한 시점에 제왕절개 수술을 받기를 거부함으로써 쌍둥이 가운데 1명을 사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된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 사건은 모성보호와 낙태권리, 그리고 태아를 완성된 인간으로 볼 것인가 하는 등의 이슈를 둘러싼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검찰은 최근 멜리사 앤 롤런드(28)라는 이름의 산모가 몸에 상처가 나는 것이 싫다며 제왕절개 수술을 거부, 적절한 수술시기를 놓치게 함으로써 쌍둥이 가운데 1명이 사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살인혐의로 로울랜드를 구속, 기소했다. 롤런드는 보석금 25만달러를 내야 풀려날 수 있으며 재판과정에서 유죄 평결을 받을 경우 최고 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검찰은 롤런드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조언을 무시했으며 결국 수술을 받기는 했으나 수술시점이 늦어지는 바람에 쌍둥이 가운데 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롤런드에게서 음주와 코카인 복용의 흔적이 발견됐다면서 임신중 마약복용이 태아 살해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롤런드의 변호사는 그녀가 아이를 죽일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당장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야만 한다는 조언을 들은 바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또 그녀가 두명의 아이를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한 적이 있음을 들어 흉터를 걱정해 제왕절개 수술을 거부했다는 검찰측 주장을 일축했다. 변호인은 롤런드가 정신질환을 앓은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쯤되자 인권단체와 여성단체가 검찰측의 처사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주목된다. 전미여성기구와 미국시민자유동맹, 가족계획협회 등은 검찰의 조치가 지나치다면서 이는 낙태의 권리를 교묘히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임산부옹호전국연합의 간부는 "모성에 대한 이러한 공격은 특정여성을 아기에 대해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묘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률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거부하거나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살인혐의로 기소된 사례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없다면서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그러나 "산모가 분만 시기가 된 아기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이 낙태 권리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카고 대학 산부인과의 매리 마호왈드 석좌교수는 산모에게는 태아를 돌봐야 하는 도덕적 의무가 있겠지만 이것 때문에 주(州)정부가 산모에게 특정 수술이나 치료법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일각에서는 임신중 마약복용을 이유로 산모를 기소할 경우 임신중 흡연하는 산모나 의사의 식단 권고를 따르지 않는 산모의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불러 일으키게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의사가 법원의 명령을 받아 산모에게 제왕절개 수술을 강행한 사례들이 있어왔으며, 임신중 마약을 복용해 아기에게 위해를 끼친 산모에 대해 살인혐의를 적용한 사례도 있다. (솔트레이크시티 AP=연합뉴스)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