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된지 200년 된 나폴레옹 법전의 조문 중 반이상이 제정 당시의 내용 그대로 남아 있다. 나폴레옹 법전은 그 만큼 훌륭했던 법이었다. 프랑스는 11일 이를 기념하기 위해 자크 시라크 대통령 주재로 소르본대학에서 나폴레옹 법전으로 불리는 프랑스 민법전(Code civil) 제정 200주년 축하 기념식을 개최했다. 프랑스는 21일의 민법전 제정 200주년을 앞두고 이날 기념식을 열었으며 이를시작으로 올해 내내 이를 기리는 세미나, 전시회, 회의 등을 파리와 지방 곳곳에서개최한다. 나폴레옹 법전 200주년 기념 행사는 벨기에, 스위스 등 이 법전을 기초로자국 민법전을 만든 해외 22개국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나폴레옹 법전이 "현대 프랑스 사회의 출생증명서"라며 "200년이 지난 현재 나폴레옹 법전은 여전히 여기에, 우리 사법체계의열쇠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나폴레옹의 명령 아래 1804년 제정, 공포된 나폴레옹 법전은 현재까지 프랑스민권, 민법의 기초를 이루며 총 2천284개 조문 중 절반 이상인 1천200여개 조문이제정 당시대로 남아있다. 법률 학자들은 "일부 조항이 없어졌지만 상당수 조문의 존속은 이 법전이 매우 잘 만들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입을 모았다. 민법전 제정 200주년 기념위원회 공동의장인 미셸 그리말디 교수는 "개인, 가족관련법은 크게 바뀌었으나 계약, 의무, 책임 관련법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말디 교수는 계약, 의무 등에 관한 법률은 "매우 일반적이고 탄력성이 있어판례나 법해석에 따라 현실에 적용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제정 당시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위원회의 공동의장인 장-루이 알페랭 교수는 나폴레옹 법전으로 "의복, 관례의 지배가 종식됐고 법 앞의 만인평등이 실현됐다"며 "특권을 폐지한 8조로 모든프랑스인은 민권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폴레옹 법전 중에는 실효성을 상실한 조문, 현실과 동떨어져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조문도 적지 않다. 시라크 대통령은 기념 연설에서 "어린이들이 모두 평등하도록 원칙이 확립됐으나 합법적 자녀와 법외 친생자가 각각 다른 법을 따른다"며 사회 변화에 맞는 "친자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세계화 현상에 따라 상업 계약법도 개정 필요성이 생겼다며 앞으로 5년 내에 관련법을손질하자고 제의했다. 나폴레옹 법전은 소유권의 절대성, 계약자유의 원칙, 과실 책임주의 등 근대 시민법의 원리를 확립했으며 벨기에, 스위스, 네덜란드, 아이티, 캐나다, 남미 국가,아프리카, 동남아 국가 등의 민법 기초가 됐다. 나폴레옹 법전은 통상 프랑스 민법전을 말하나 나폴레옹이 제정한 민법전, 상법전, 민사소송법전, 형법전, 형사소송법전 등 5개 법전을 총칭하기도 한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