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와 대리인, 차기 대선을 위한 예비 출마. 제4대 러시아 대통령 선출을 위한 대선이 9일 닷새 앞으로 다가왔으나 선거 열기가 전혀 닳아오르지 않고 있다. 현재 80% 안팎의 국민 지지를 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 되는 데다, 다른 5명의 후보들도 열세를 시인하며 당선 보다는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효된 여론조사 공개 금지 조치에 앞서 8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74% 지지율로 재선이 유력시 되는 가운데 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55)와 무소속의 세르게이 글라지예프(43) 후보가 각각 5%를 득표할 것으로전망됐다. 또 자유민주당(LDPR)의 올레그 말리쉬킨(52) 후보는 2%, 무소속의 이리나 하카마다(48.여)와 세르게이 미로노프(51) 연방회의(상원) 의장은 각각 1%를 얻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5%에 달했다. 이처럼 이번 선거 대세가 이미 푸틴 대통령 쪽으로 기운 것 외에 각 후보들의출마 목적과 행보도 당선과는 거리가 멀어 대선 열기를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로노프 후보의 경우 푸틴 대통령 지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크렘린의 `꼭두각시'로 전락했으며, LDPR의 말리쉬킨 후보는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당수의 대리인으로 지목된다. 글라지예프 후보도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차기 대선을 겨냥해 출마한 것으로 분석된다. 친(親) 크렘린계 정당인 조국당 공동 대표를 지낸 그는 이번 선거에서 선전할 경우 차기 대권 경쟁에서 선두 주자로 부상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공산당의 하리토노프 후보도 겐나디 쥬가노프 당수를 대신해 출마했을 뿐 별다른 욕심이 없는 상황이다. 쥬가노프 당수는 최근 2차례에 걸친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책임을 지고 대선 불출마를 결정했다. 일본계로, 유일한 여성 후보인 하카마다도 푸틴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사무라이'를 자처하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으나 역시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푸틴의 독주 속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이래저래 김이 빠질대로 빠진 상황이어서 크렘린 당국은 오히려 투표율이 50%에 못미쳐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되지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