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의 회장 후보로 7일 이사회에 추천된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은 무엇보다도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리더십 확립이 급선무라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우리금융의 회장 후보 선임은 정부가 내부 추천을 통한 낙점이라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공모를 통해 치열한 경쟁을 거쳤고 결국 민간 금융 전문가로 낙착됐다는 점에서 새 회장에 대한 금융계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의 제2기를 이끌 신임 회장은민영화를 통한 공적 자금 회수, 씨티그룹의 본격 진출에 따른 금융시장 방어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지배구조 개선과 리더십 확보 황 후보는 우리신용카드 합병과 부실 자산 회계 처리 등에서 빚어진 혼선을 떨치고 재도약을 위해 리더십의 일체화부터 모색해야 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대주주인 정부와 금융 당국도 이를 위해 회장이 지배구조 체제 개선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제1기 경영진 선임 때와 달리 회장을 먼저 선임했다. 황 후보는 우리금융그룹 전체의 경영 전략을 책임질 뿐 아니라 자회사의 경영진통솔 및 경영을 총괄하기 때문에 자회사 경영 실패에 대해서도 공동의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국내의 다른 어떤 금융기관에도 뒤지지 않는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공적 자금 투입으로 인해 감사원,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의 감사를 받고 있어 시장의 수요에 적극 대처하기보다는 보신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자아비판을 내놓고 "신임 회장은 우리금융을 시장지향적인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민영화를 통한 공적 자금 회수 우리금융은 국민의 혈세가 12조원 가까이 투입된 대표적인 공적 자금 지원 금융기관이므로 황 후보는 공적 자금 회수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사후 평가를받아야 한다. 공적 자금 회수는 우리금융의 효율화와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투명 경영 등을 통해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수익성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심어주어야 달성될 수있다. 황 후보는 LG카드 사태처럼 금융 체제의 안전성에 위협이 될 경우에는 금융감독기관 및 여타 금융기관들과 공조 및 협력 체제를 구축해 나가야겠지만 시장의 원리를 훼손하는 관치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정부와 적절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중요한 일이다. BNP파리바 서울지점 이승국 대표는 "신임 회장은 회사의 수익과 주주가치 극대화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과거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주택은행장시절에 보여 준 것처럼 국내 금융계의 변화와 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강조했다. ◆씨티 본격 진출 대비 경쟁력 제고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에 따른 국내 시장 본격 진출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시점에서 우리금융 회장의 행보에 많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씨티은행과 같은 대형 금융기관에 대항하려면 우리금융은 경영 전략을 다각화하고 특히 자산 운용 능력 제고에 역점을 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프라이빗 뱅킹과 우량 중소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선진화된 금융기법을 도입하고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으로 고객이 이탈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와 함께 선진국처럼 지주회사가 중심이 돼 전략과 기획, 자금 조달을 주도해나갈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겸임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금융연구원 한상일 연구위원은 "지주회사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지금보다 기획 부분을 보강하고 특히 취약한 자금 조달 기능을 강화해 자회사들을 일사불란하게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진단하고 "이를 위해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은행부분 강화로 그룹 경쟁력 제고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이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종합금융그룹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증권, 투신 등 비은행 부분의 보강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LG투자증권,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대한투자증권 등 증권과 투신 부분의 인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적기에 이뤄내지 못하면 급속하게 진행되는 주요 은행간의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올해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가 제2금융시장의 구조조정과 주요시중은행간의 급속한 차별화이며 이 경쟁에서 한 번 밀리면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관측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