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을 맞은 후진타오(胡錦濤)당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중국 새 정부는 위기를 극복하면서 내치와 외교에서 서서히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 정부 지도자들은 `친민주의(親民主義)'를 내세워 민중 속으로 파고 들면서 민심과 민의를 얻기 시작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춘제(春節.설) 전야인 지난 1월 21일 허베이(河北)성 장자커우(張家口)의 벽촌을 찾아 마을 주민의 집에서 함께 만두를 빚으면서 식사를 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허난(河南)성의 농촌을 방문했다. 이들은 대형 사고가 날때마다 현장을 찾아 주민을 위로하고 최소 1주일에 한 차례 이상 전국을 순회하면서 민중에게 젊고 유능하며 인민을 사랑하는 지도자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는데 성공했다.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청렴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도 함께 부각됐다. 최대 위기였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을 극복한 것도 후 주석 정부의 과감한 공개 정책 덕분이었다. 후 주석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장원캉(張文康) 위생부장과 멍쉐눙(孟學農)베이징 시장을 전격 경질하며 보고 지연과 은폐에 경종을 울렸다. 공산당 중앙위가 지난 1월 `당내 감독 시행 조례'를 만들어 당내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 정치국까지 비리단속 대상에 포함시킨 결단과 작년 10월 제16기 3중전회에서 정치국에 보고를 한 것은 당 민주화를 진일보시킨 신선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이밖에 새해들어 장쑤(江蘇)성 진탄(金壇)시에서 중국 최초의 선출직 시장이 탄생하고 쓰촨(四川)성 핑창(平昌)현에서 향.진 당서기가 무더기로 직선으로 선출되는등 민주화에 진전을 이뤘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월 16일 30년이상 지난 외교문서를 공개하고 정부 정책 입안에 민간인을 참여시키는 등 투명화 바람도 불고 있다. 외교적으론 세계 무대에 우뚝 일어서되 위협을 주지않고 세계 각국과 선린 우호관계를 통해 평화적으로 `윈윈하겠다는 굴기(堀起)외교를 선보였다. 시대의 발전에 따라 `칼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겠다'는 종전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을 거두들이면서 동시에 중국 위협론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이다. 지난 시대 강력한 1인자의 인치(人治)가 몰고 온 폐단을 없애고 법제화와 제도화를 내세우고 있는 새 정부는 그러나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않다. 코앞에 닥친 위기는 바로 오는 20일의 대만 총통 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이른바`방어성 국민투표' 문제이다. 후 주석-원 총리 체제는 국민투표를 막지 못하고 이 투표에서 중국에 부정적인결과가 나올 경우 자칫 권력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는 시련에 직면해 있다. 작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이 처음으로 1천달러 시대를 열었고, GDP 성장률이9.1% 달했지만 도-농, 지역간, 계층간에는 불균형 발전과 소득 격차로 상당수 인민들이 불만에 차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민의 복지.권리를 최우선시하고 경제-기회간 균형 발전을 모색하는 개념인 `과학적 발전관'을 정부공작보고서에 많이 반영할 게획이다. 그러나 경제 고도 성장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사회 안정을 이루겠다는 두마리 토끼가 동시에 잡힐 지는 아직 예측불허이다. 후주석과 원 총리을 제외한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가운데 후진타오식 개혁이 당내 강경파의 저항에 직면해있고, 장쩌민(江澤民)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최근 군부인사에서 측근을 대거 발탁한 사실 등은 후주석 체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정치적 기반이 아직 취약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청렴성을 강조하며 반 부패 투쟁을 벌일때는 마오쩌둥(毛澤東)을, 홍콩의 민주화 요구를 잠재우고 싶을 때는 덩샤오핑(鄧小平)을 등장시키는 과거 카리스마스 의존적인 정치 행태도 나타나지만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것을 보면 후진타오 주석-원자바오 총리 체제가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