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사실을 알고도 돈을 받다가 국무총리실 암행감찰에 걸린 공무원이 있을 정도로 뇌물수수 수법이 갈수록 대범해지고 있습니다" 교량보수공사와 관련해 S특수건설로부터 뇌물을 받은 공무원 등 21명을 적발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4일 수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간 큰 공무원들'의 무모함에 혀를 내둘렀다. 이번에 적발된 공무원들의 뇌물수수 행태는 남들이 볼까봐 은밀한 곳에서 마음을 졸여가며 돈을 주고받던 '뇌물비리 고참 공무원'들을 무안하게 할 정도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다. 경북 상주시청 과장.계장들의 뇌물유혹은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김모(55) 국장으로부터 비롯됐다. 김 국장은 2002년 11월18일 직원들과 S특수건설 관계자 등 12명이 모인 D식당에서 참석자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1천만원을 받은 데 이어 작년 1월13일에는상주시 A복집에서 부하 과.계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1천5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받았다. 김 국장이 뇌물을 건네받는 과정에서 워낙 태연하게 행동해 업체 관계자들이 오히려 걱정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업체 관계자가 작년 1월 "직원들 앞에서 이래도 되나"라며 `돈 쇼핑백'을 건네자 김 국장은 "직원들은 괜찮아요"라며 받았고 동석했던 김모계장이 쇼핑백을 넘겨받아 시청까지 들고갔다는 것. 상사의 뇌물수수 행태는 부하 간부들에게 그대로 전수됐다. 김국장을 대신해 쇼핑백을 들어준 김계장은 작년 3월 직무와 관련된 업체로부터600만원을 받았고 최모계장도 그 해 2차례에 걸쳐 450만원을 받았으며 7급인 오모(46)씨도 3차례에 걸쳐 400만원을 챙겼다. 흙탕물인 윗물이 아랫물을 철저히 오염시켰던 것이다. 원주국토관리청 산하 정선국도유지건설사무소장인 최모(47)씨는 이들보다 한술더 떴다. 경찰이 S특수건설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를 시작한 작년 10월께 최소장은 자신이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난 달 16일 D건설업체 사장 한모씨로부터 현금 200만원을 받다 암행감찰을 벌이던 국무총리실 합동점검반에 의해 현장에서 적발됐다. 경찰에 의해 구속됐다 지난 20일 보석으로 풀려나온 뒤 3일만인 23일 다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조사를 받게 된 최씨는 "수사선상에 오른 사실을 알고도 또 받았느냐"는 수사관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며 시인하는 듯한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건설본부 이모(47) 계장의 뇌물수수 수법도 결코 간단치 않았다. S특수건설 직원 황모씨가 지난 2002년 7월 사무실로 돈을 가져오자 자신의 자동차 열쇠를내주며 "차에 실어놓으라"고 했던 것. 황씨가 이 계장 자동차 부근에 주차돼있던 다른 차량에 돈을 잘못 싣자 "내 차에 다시 실어놓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주시청 김 국장은 뇌물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직원 2명도 범죄 혐의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건설본부 이 계장도 "평소 알고 지내던 박 회장의 부하 직원이 '드릴게 있다'며 찾아왔기에 '지역 특산품이라도 주려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차 열쇠를 줬을 뿐이다. 돈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고 '내 차에 다시 실어놓으라'고 한 적도 없었다"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가 적발한 건 S특수건설에서 2003년 1년 동안 뿌린 뇌물 7천200만원 뿐인데도 이 정도였다. 요즘 뇌물 주고받는 행태는 갈 데까지 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개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