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 건설하고 있는보안장벽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청문회가 23일 시작됐다. 이번 청문회는 지난해 12월 유엔 총회가 보안장벽에 대한 ICJ의 법률적 견해를물어옴에 따라 열리는 것으로 ICJ는 청문회 발언내용과 서면의견서 등을 종합해 법률적 검토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ICJ의 검토의견은 법률적 구속력이 없을뿐만 아니라 검토의견 발표시기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첫번째로 발언에 나선 팔레스타인 대표인 나세르 알-키드와는 이스라엘의 보안장벽이 완성되면 요르단강 서안 주민의 절반 정도가 고립된다면서 ICJ가 불법적인영토확장에 이용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보안장벽에 대해 불법판결을 내놓아야 한다고주장했다. 키드와 대표는 또한 보안장벽이 국제사회가 마련한 중동평화 로드맵이 제시하고있는 2국가 해법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면서 로드맵을 통한 평화정착이 이뤄지려면 즉각적인 보안장벽 건설 중단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역시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자살폭탄테러에 대해 반대하지만 이스라엘의 생각처럼 보안장벽이 건설되면 테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말라에 머물고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청문회 개최에 앞서 이스라엘의 보안장벽은 또 하나의 베를린 장벽이라며 "영토확장과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위한 장벽이 존재하는 한 두 민족 간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대표에 이어 발언에 나선 변호사들도 이스라엘의 보안장벽이 부분적으로 지난 49년 설정된 휴전선 넘어 팔레스타인 영토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국제법 위반이란 견해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ICJ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ICJ가 보안장벽에대해 판결하는 것 자체가 로드맵의 이행과 이를 위한 협상재개에 악영향을 끼치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보안장벽은 ICJ의 재판권 밖에 있는 문제라면서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놓아서는 안된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달 청문회 개최의 부당성을 주장한 서면의견서를 제출했으며 이번 청문회에 대표단 대신 소수의 감시단만을 파견했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역시 ICJ가 보안장벽 문제에 대해 심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청문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EU 외무장관 회담을 마친 뒤 이스라엘의 보안장벽 건설을 불법적인 행동으로 보고 있지만 ICJ가 이 문제에 대해 심리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청문회는 25일까지 계속되며 팔레스타인 대표를 비롯, 남아프리카공화국과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아랍연맹 등 16개 국가 및 단체가 보안장벽에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한편 청문회가 열린 헤이그 ICJ 건물주변에서는 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친 이스라엘 단체의 시위가 벌어졌으며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보안장벽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보안장벽은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자살폭탄테러 차단을명분으로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총연장 700㎞의 분리장벽으로 팔레스타인은 이를 `아파르트헤이트 장벽'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헤이그.브뤼셀 AP.AFP=연합뉴스)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