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jlee@pigeon.co.kr 요즘 들어 더욱 싸늘해진 체감경기 탓에 외환위기 이후 생존전략으로 거론되던 '스피드'에 대한 가치가 고개를 들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그 중심에 놓여 있던 초고속 인터넷 전용선과 모바일의 속도 경쟁,거리를 누비던 바퀴 달린 운동화,인라인 스케이트의 열풍은 가히 '속도'에 대한 전국민적 신기록 경쟁이라 할 만하다. 또 오는 4월이면 고속철도가 개통된다고 한다. 그 가공할 속도 덕분에 아침은 서울에서,점심은 부산이나 광주에서 먹을 수도 있는 '반나절 생활권'으로 접어들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속도에의 쾌감은 손주 녀석의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전할 때다. 순백의 아이스링크에서 펼쳐지는 이 경기의 압권은 단연 스피드다. 선수들의 몸을 지탱하며 달리는 스케이트의 속도,하얗게 부서지는 얼음가루와 함께 이리저리 보이지도 않게 날아다니는 퍽의 유연한 놀림,마치 갑옷이라도 되는 듯 단단한 옷을 걸친 선수들의 치열한 몸싸움,이 속에서 경기는 정말 놀랄 만큼 스피디하게 엮어진다. 퍽이 골 문을 향해 질주하는 찰나,나는 그 속에서 잠시 경영의 살얼음판을 맛본다. 아우트라인 없이 전후좌우 공격이 가능한 이 경기가 곧 국경 없는 비즈니스시대의 무한경쟁을 떠올리게 한다. 선수들의 치열한 '보디첵(몸싸움)'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각축전이다. 여기에 조직적인 협동이 절대적인 아이스하키의 승패는 환경 변화에 따라 역동적이고 순발력 있는 맞춤전략과 환상적인 팀웍을 구사해야 하는 유기적인 조직체의 모습과 결코 다르지 않다. 아니,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스피디한 경기 패턴 자체가 이미 스피드 경영을 상징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급변하는 경영현실 속에서 기업은 항상 경쟁 상대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체제의 구축을 요한다. 경쟁사보다 먼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시판해 시장을 선점하려면,상품 개발 시간의 단축은 물론 고객이 진정 어느 때에 무엇을 원하는지,어떤 서비스에 만족하는지를 이미 꿰뚫고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빠른 의사결정과 단호한 실행력,신속한 고객 대응전략으로 대내외적인 변화요인에 능동적이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만이 21세기 변화의 스피드를 따라잡을 것이다. 지식과 정보화 사회의 산물인 정보기술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스피디한 경영으로 우리 경영자들이 도처에 산재한 경영의 변수들을 제압하고 세계적 고수의 자리에 등극할 날이 멀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