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臟器) 매매를 알선해 주겠다며 조직 검사비 명목으로 1인당 수십만원씩을 받아 가로챈 사기범이 경찰에 검거됐다. 사기 등 전과 5범의 조모(39)씨는 지난해 8월 경인지역 지하철역과 종합병원 화장실에 장기 매매 알선 스티커를 붙이면서 사기 행각을 시작했다. 광고 스티커를 붙이기 무섭게 장기 매매를 희망하는 이들의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 조씨는 희망자들에게 "신장은 5천만원, 간은 8천만원에 팔아주겠다"며 "집에서 가까운 종합병원에 가서 혈액검사 등 간단한 기초검사를 받은 뒤 다시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3만∼5만원이면 받을 수 있는 기초검사를 개별적으로 받은 희망자들이 조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면 조씨는 "이제는 정밀검사가 필요하니 70만원을 내 계좌로 입금시켜라"고 주문한 뒤 "빨리 입금할 수록 장기 매매 대금을 빨리 줄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피해자들이 사기 사실을 알아 차렸을 때는 이미 조씨가 휴대폰과 은행계좌를 바꾸고 잠적한 뒤였다. 이같은 수법으로 조씨가 챙긴 돈은 4천100여만원. 지난해 8월부터 불과 6개월만에 장기 매매 희망자 94명으로부터 챙긴 돈이다. 조씨에게 사기 피해를 입은 이들 대부분은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는 극빈자였다. 피해자 김모(47)씨는 경찰에서 "아파트는 경매가 진행 중이고 빚은 5천만원에 달하는데 빚 보증을 서 준 친구로부터 '봉급이 압류될 지경'이라는 말을 듣고 장기를 팔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모(34)씨는 "친구한테 빌린 돈도 갚지 못하는데다 최근 사채까지 빌려 써 빚더미에 앉았다"며 "신장이라도 팔아서 갚으려 했는데 사기만 당했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인천경찰청 김헌기 수사2계장은 "장기 매매는 명백한 범법 행위이기 때문에 사법 처리 대상"이라며 "최근 경기불황으로 장기를 팔아서라도 급전을 마련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경찰은 지난 4일 상습 사기 혐의로 조씨를 구속했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