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실질적 지배세대임에도 상대적으로 관심을받지 못하고 있는 기성세대를 새롭게 조명한 보고서가 나왔다.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은 1일 `4564세대'의 삶과 변화상을 담은 `이 시대의 어른-와인(WINE)세대를 말한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9∼10월 386세대와 실버세대 사이에 위치한 전국 45∼64세1천200명(남 595명.여 605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해 만든 것이다. ◆`4564세대'의 자화상= 해방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릿고개를 겪으며 성장, `한강의 기적'을 일군 주역이지만 40-50대에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는 등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아왔다. `참여.열정.변화'를 가치로 내걸고 사회 전면에 부각된 자식뻘인 P세대에 밀리고 디지털화와 글로벌화에도 소외되고 있다. 이들은 `사회가 지나치게 젊은 세대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질문에 67.4%가긍정했으며,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같아 불안하다'는 문항에도 44.5%가 그렇다고 답했다. 사회적으로는 대다수가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 강하고(66.8%) △인간관계에서 연령과 지위의 서열이 지켜져야한다(68.3%)고 답해 여전히 기존의 가치관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시도하고 있으며(55.8%) △일하기보다는 여가시간을 갖고 싶다(49%)고 답해 젊은 세대의 경향을 지니고 있다. 제일기획은 `4564세대'를 인고의 시기를 거쳐 왔고 지금도 변화의 시대를 살고있지만 사회적.개인적으로 잘 통합되고 숙성된 와인세대로 규정했다. ◆와인세대의 삶과 행복= 와인세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젊었을 때에 비해 가정내 의사결정시 아내의 역할이 커졌다는 응답(46.3%)이남편의 역할이 커졌다(7.3%)는 대답보다 훨씬 많았다. 소비의 최종 결정도 남편(37.5%)보다는 아내(60.6%)가 주로 하는 등 가부장적 가치관에서 벗어나고 있다. 또 노후를 자식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42%)는 대답이 함께 살고 싶다(30.6%)는답변보다 많았으며,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답변도 49%로 2000년 조사(54%) 때보다 줄어들었다. 31.2%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44.5%가 인터넷과 휴대폰이 타인과의 관계형성에서 필수라고 생각하는 등 디지털 문화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와인세대는 △취미활동과 대인관계로 바쁘게 살고 △절약이 아닌 소비를 즐기며△건강을 지키고 △배우자와 동반자적 관계를 갖고 △미래를 위해 충실히 준비할 때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 기업들은 광고 예산의 대부분을 젊은 층 대상에 쏟아부을 정도로 와인세대는 마케팅의 사각지대지만 왕성한 소비욕구를 지니고 있다. 제일기획은 와인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방법으로 `W.I.S.E.R'를 제시했다. 즉, △W(Woman)= 소비의 주체는 남성보다 여성. 여성을 공략해야 하고 △I(Itself)= 복잡한 것을 싫어해 포장과 이미지보다 기본과 실체를 중시해야 하며 △S(Safety)= 신중하기 때문에 가상적인 기대감보다는 확신을 통해 안심시켜야 하고 △E(Evergreen)= 노인대접을 하지말고 영원한 젊음을 얘기해야 하며 △R(Relationship)= 기계.신속함보다 사람.편안함을 선호, 인적 교류를 활용해야한다. 조사를 총괄한 제일기획 유정근 수석은 "흔히 기성세대를 고집불통의 완고한 세대, 또는 한 물 간 불쌍한 세대라고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과거 젊은 시절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마치 와인처럼 은은하면서도 새로운 빛깔과 향기를 풍기는세대"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