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이.취임식을 갖고 민주노총 위원장에서 물러나는 단병호 위원장(55)이 최근 심경과 앞으로 계획, 민주노총의 향후 진로 등에 대해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단 위원장은 3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책임감과 긴장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고 '자유인'이 된 느낌"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살아온 것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위원장직을 물러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올해로 출범 10년째를 맞은 민주노총에서 5년동안 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노동운동의 주요 과제로 삼고 사회 의제로 만들어 낸 게 가장 큰 보람이었지만 제도개선으로 실현하지 못해 제일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99년 11월 민주노총 합법화를 이뤄낸 것과 5년동안 조합원 수가 12만명 이상 늘어 70만명에 육박하게 된 것, 민주노동당이 지자체 선거와 대선을 치르면서 도약한 것 등등 기억에 남는 일이 많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단 위원장은 "많은 노동자가 손해배상, 가압류 등 정부와 자본의 노동탄압에 항거해 목숨을 끊었던 일은 남은 인생에도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아픔"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노총 내부 조직의 체계를 세우고 혁신하려 마음 먹었지만 상당한 기간을 감옥에서 보내다 보니 생각만큼 이루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이수호 신임 위원장 체제에 대해 그는 "신임 위원장이나 집행부는 그동안 민주노총을 세우고 강화하는 데 함께 투쟁해온 분들"이라며 "일부 언론이 마치 민주노총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조직으로 진단하는데 모두 지나치거나 과도한 기대"라고 평가했다. 단 위원장은 "변화와 혁신은 마땅히 필요하지만 민주노총은 어디까지나 민주노총"이라며 "이 점을 새 집행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노사정위 참여와 관련해서도 그는 "새 집행부도 현재의 노사정위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노사정위 개편을 주장했다"며 "대의원대회에서 의견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참여를 예상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경론자라는 평가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강경하다 한들 원래부터 강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며"지금까지 민주노총이 걸어온 길은 노동배제정책을 펴는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 아래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민주노총의 변화를 바란다면 정권과 자본의 노동관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마 등 정치권 진출설에 대해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 지금까지 임기를 잘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했고, 임기가 끝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주위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 위원장은 "노조 운동에서 내가 할 일은 다했다"며 "노동 운동의 중요한 축인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다만 정치 세력화를 위해 복무하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에 큰 방향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번 총선과 관련 그는 "민주노동당 전국구 후보는 당원 직선으로 뽑고 50%를 여성에 할당하기로 했다. 여성을 1번으로 할지는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성들을 적극 대변하고 정치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일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얼마전 당 기관지 설문조사 결과로는 심상정 전 금속노조 사무처장,김혜경 당 부대표 등 여러 명이 거론되는 것으로 들었는데 당에 여성 인재가 많으니좋은 분들이 나오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단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현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약간의 변수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이 점이 앞으로 노.정 관계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