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국의 경제회복 전망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AWSJ)이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활력을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와 10여년간의 장기침체를 털어버리고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일본, 그리고 기업 신뢰도가 개선되고 있는 독일과 유럽의 상황은 세계 경제가 지난 3년간의 휴면상태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증시가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는 점도 향후 세계경제가 호전될 것임을 암시하는 또다른 증거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그러나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무섭게 늘어나면서 이같은 기대가 현실화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 대변되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어떻게 성장을 지속할 수 있고 소위 빚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미국의 경제 회복이 향후에도 지속 가능할 지, 지속된다면 얼마동안 계속될 지에 대한 의문이 그것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과 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95회계연도부터 '02회계 연도까지 줄곧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까지 추산된 올 회계연도 무역적자역시 4천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 정부 재정 역시 '98회계연도부터 '01회계연도 사이에는 흑자 기조를 유지했으나 '02회계연도를 기점으로 적자 기조로 돌아섰으며 올 회계연도에도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로서는 쌍둥이 적자를 토대로 이뤄지고 있는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성장 이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데 있다. 미국을 대신할 수 있는 유로권과 일본 경제가 작년보다는 나아졌지만 올해에 2%에도 못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것이 저널의 지적이다. 게다가 지난해 9.1%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이지만 아직까지는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끌 기관차 역할을 하던 미국을 대신하기에는 경제규모가 너무 작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미국과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빌린 시간과 돈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며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현재의 경제회복이 지속되리라고 자신할 수 없을 것"이라는 프랑스 라파지사 회장의 언급은 곱씹어볼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