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찾습니다" 지난달말 서울 K병원 응급실에 남루한 차림의 안모(49.경기도 남양주시)씨가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며 찾아왔다. 병원측이 안씨의 복부를 X-레이로 촬영한 뒤 링거 주사를 놓고 촬영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안씨는 링거를 빼 버린 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뒤이어 나온 안씨의 X-레이 사진을 판독한 의료진은 너무 놀라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에 나타난 안씨의 위와 장에서는 누비이불용 대바늘 7개와 이 바늘 절반 크기의 바늘 1개 등 바늘로 추정되는 가느다란 물체 8개가 들어있었던 것. 사진 판독 뒤 의료진은 응급실 인턴과 간호사들에게 `안씨가 다시 찾아오면 불잡아 놓으라'고 신신당부했다. 병원측이 원무과에 접수된 안씨의 인적사항을 보고 주거지로 전화했지만 전화번호는 가짜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다 얼마 뒤인 이달 중순께 안씨가 다시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나타났다. 병원측이 안씨에게 수술을 권유, 안씨는 병원에 대기하던 중 의료진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또 다시 몰래 병원을 빠져 나갔다. 인턴 A(29)씨는 "병원을 자꾸 돌아다니는 등 주의가 산만했고 언뜻 보니 노숙자 같았다"며 "왜 몸안에 바늘이 있는지 의아해 물어보자 TV에서 자전거를 분해해 먹어치운 기인(奇人)을 보고 흉내내 대바늘을 삼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씨는 "안씨는 물이 든 컵에 바늘을 넣어 삼켰다고 말했지만 믿기는 힘들다"며"사진을 본 바로는 바늘이 확실해 보였으며 대변을 통해 배출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위와 장에 바늘이 걸려 있거나 꽂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바늘이 위나 장을 뚫고 나오면 복막염으로 악화되고 이 경우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며 "환자가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당장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하루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