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대륙 34개국 지도자들의 미주특별정상회담이 논란을 빚었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상 시한의 구체적인 날짜를 새로 언급하지 않는 등 미국 주장이 상당부분 반영하지 않은 채 공식 폐막했다. 정상회담에서는 또 부패국가에 대해 앞으로 미주정상회담 참석을 불허하겠다는 미국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상들은 13일 오후(현지시간) 채택한 정상회담 선언문에서 미주대륙 전체에 걸치는 FTAA의 창설에 대해 지지한다는 데 합의했으나, 현재의 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의견을 받아들여 확정적인 협상 완료시한을 다시 설정해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미국은 당초 2005년 1월로 돼있는 FTAA 협상 완료시한과 관련해 구체적 협상완료 일정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언급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회의가 열린 몬테레이가 포함된 멕시코 누에보 레온 주(州)의 행정명을 딴 `누에보 레온 선언문'은 구체적인 날짜의 언급 없이 "기존에 확정된 협상 일정"을 따른다고만 하고 FTAA를 진전시키는 데 목적을 둔 새 내용을 추가하지 않았다. 현재 FTAA 협상은 2005년 1월의 협상완료 시한이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이지만 지난해 11월 마이애미 미주 각료회담에서도 국가들간에 농업보조금과 지적재산권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한 것처럼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또 상당수 전문가들은 당초의 협상시한도 현실적인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선언문의 FTAA 문구에 대해 "FTAA의 개념과 철학에 관해 심오한 차이가 있다"며 조건부 서명의사를 밝혔다. 전날 비센테폭스 멕시코 대통령이 마련한 만찬 석상에도 참석을 거부한 그는 "(FTAA) 모델을 바꾸어야 한다"면서 이번 회담이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선언문에 별항으로 표시돼 삽입됐으나, 금융위기 및 자연재해를 맞은 국가를 돕기위한 인도주의적 기금을 설립하자는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언문은 또 부패국가에 대해 향후 미주정상회담에 참석시키지 말자는 미국안을 포함하지 않았으며, 대신 미주 국가들이 부패방지를 위해 합의한 요구사항을 지키지않는 국가에 대해 협의를 벌일 것을 제안했다. 이번 회담에서 나타난 미국의 이 같은 양보는 최근 남미의 좌파정부를 중심으로야기된, 미국 정책에 대한 `반감'을 의식해 그들의 주장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미주 대륙 정상들은 테러 위협에 맞서 싸우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강화하고 국가 간에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한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선언문 채택에 앞서 열린 정상들간 회담에서 수백만명의 에이즈 희생자가 발생하는 현실을 한탄한 카리브해 연안 국가 정상들의 연설을 경청한 뒤 에이즈 예방과 치료에 각국은 노력해야 한다면서, 에이즈 치료약 판매가 새로운 국제 규칙에 따라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서 남미의 빈국 정상들은 "국민이 가난한데 자유가 무슨 소용이냐"며 가난퇴치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소득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새로운 개발 개념"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룰라 대통령은 "우리가 안전하고 안정된 세계를 원한다면 공정하고 공평한 세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담 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과의 `밀월외교'를 회복한 멕시코와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 허용을 약속받은 캐나다가 `최대 수혜자'라고 평가한다. 또 정상회담이 열린 몬테레이 푼디도라 공원 주변에서는 100여명의 시민운동가들이 부시 대통령의 모습을 형상화한 인형을 회담장 방어벽 위로 던지는 등 반세계화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몬테레이=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