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공포가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스의 최초 발원지로 지목되는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에서 32세의 TV프로듀서가 새해 들어 첫 사스 환자로 공식 확인된 이후 의심환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전문가팀을 보내 실태파악에 착수한 세계보건기구(WHO)는 겨울철에 성행하는 호흡기 질환과 유사 증세를 보여 확실한 진단이 어려운 사스 의심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홍콩 보건당국이 11일 지난해 7월 사스 소멸이 선언된 이후 광둥지역에서 3번째 사스의심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홍콩 위생국의 토머스 창 대변인은 이날 광둥성 관리들로부터 새로운 사스 의심사건에 관한 구두통보를 받았다며 중국 당국이 새로운 의심환자를 격리수용하고 사스감염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 위생부와 WHO는 아직까지 이를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광둥성 광저우(廣州)에서 폐렴 증세로 입원했던 20세의 한 식당 여종업원이 사스의심 환자로 보고됐고, 중국에서 사스 소멸후 첫 사스 환자로 판명됐던TV 프로듀서는 불행중 다행으로 증세가 호전돼 지난 8일 퇴원했다. 하지만 러시아 보건당국도 지난주 극동 하바로프스크에서 괴질로 숨진 중국인여성의 사스감염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밝혀 사스 공포가 이웃 나라로 퍼져가는 양상이다. 최근 항공편을 이용, 러시아로 건너간 이 여성은 사스 증세인 고열에 시달리다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하바로프스크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올들어 중국인들의 사스 감염 및 감염의심 사례가 잇따르자 보건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WHO를 비롯한 보건 전문가 집단은 고열, 마른기침 등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사스가 올 겨울 중국에서 다시 창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철저한 대비를 주문해 왔다. 실제 광저우에 의사 4명을 파견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WHO는 최근 자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다수의 사스 의심사례가 수주내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오는 22일 춘절(春節)을 맞아 7일부터 연인원 18억9천만명으로추산되는 민족대이동이 시작돼 사스가 급속도로 퍼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사스가 다시 창궐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지난해 사스사망자 800여명 중 40% 이상인 350명이 중국인이었다. 광저우의 한 보건관리는 "최근에 확인된 사스환자가 사스의 재창궐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는 터무니 없는 것"이라며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사스가 재발할 것으로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차이나 데일리는 최근 사설에서 사스가 처음 퍼지기 시작했을 때 은폐로 일관했던 중국 당국은 많은 교훈을 얻었다면서 투명성이 신뢰를 낳는다고 지적함으로써 공개적인 사스퇴치 작전을 강조했다. 중국은 말 그대로 사스 근절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광둥성을 중심으로 사스를 옮기는 매개로 추정되는 사향고양이에 대한 대대적인도살작전이 시작된 데 이어 쥐, 바퀴벌레, 파리, 모기 등 해충 박멸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아울러 40일간 지속될 춘절 귀성기간 중 철도역과 공항 등에 자동 체온 측정기를 설치해 체온이 38도를 넘는 여행객의 탑승을 금지토록 하는 등 사스 예방을 위한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특파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