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최대 관심종목은 단연 SK(주)와 현대엘리베이터다. 이들 두 종목의 주가 흐름은 "주가 저평가->특정세력의 지분 대량 매집->경영권 위협->지분경쟁->주가급등"이라는 인수합병(M&A)테마의 전형을 보여준 케이스였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두가지다. 대주주 지분이 경영권 확보면에서 취약한 동시에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헐값에 거래됐다는 것. 전문가들은 2004년에도 M&A테마가 증시를 풍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2,제3의 SK(주)와 현대엘리베이터" 같은 종목이 적지 않기 때문.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29% 올랐지만 상장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아직 10배를 밑돈다. 미국(21배) 대만(25배) 영국(17배) 등에 비해 훨씬 낮다. 금융회사를 제외한 전체 상장기업의 경영권(지분 50%+1주)을 인수하는데 드는 비용은 1백40조원으로 미국 최대기업인 GE 시가총액(3백53조원)의 40%에 불과하다. 국내 주가가 어느정도 저평가돼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외국인 주주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는 점도 M&A 테마를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은 지난 한햇동안 14조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상장주식에 대한 외국인 보유비중(시가총액 기준)은 40%를 넘어섰다. 대형주는 50%를 웃돈다. 이와 달리 재벌 금융·보험회사(신탁재산)의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등 대주주의 경영권 보호 장치는 약해지는 추세다.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 사장은 "SK그룹 뿐만 아니라 다른 대그룹 오너들도 장내외에서 지분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성호 우리증권 상무는 "국내 현실에서 적대적 M&A가 성공하기 어려운게 사실이지만 M&A 테마는 저평가된 주가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난 80년대 M&A 붐으로 인해 주가 리레이팅(re-rating:재평가)을 거친 미국 증시의 경험이 국내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민간에서 사모주식투자펀드(PEF:private equity fund)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것도 지켜볼 대목이다. PEF는 소수투자자로부터 장기자금을 조달해 기업의 경영권(지분)을 인수해 성과를 높인 뒤 되팔아 고수익을 추구하는 펀드.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이 주도하는 '이헌재 펀드'는 우리금융 인수 의사를 내비쳤다. 삼성증권 미래에셋 KTB네트워크 등도 상반기중 사모투자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진로 해태 대한통운 등 새 주인을 기다리는 기업을 놓고 사모펀드간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신년 특집기사에서 "경기회복이 가속화됨에 따라 미국의 M&A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사모투자펀드가 주도하는 'M&A 르네상스'가 개막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