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올 연말과 내년 초 단행될 인사에서대내외적인 악재 속에서 총수들의 친인척 등용으로 직할 체제를 공고히 다지는 한편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해외파를 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현대, SK 등의 경영권 분쟁과 경기 회복 지연,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등 안팎으로 각종 여건이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친정체제 구축으로 경영안정을 꾀하고 해외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을 중용함으로써 국제 경쟁력 확보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실적에 따른 공과 평가를 확실히 함으로써 책임 경영 체제를 확고히 다지고세대 교체를 통해 젊고 참신한 인재도 발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안정위한 친정 체제 다지기= 재계는 올 하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현대나 SK의 경영권 분쟁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 인사에서 친인척이나 가신그룹 중용등을 통해 재벌 총수나 오너 일가의 친정 체제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인사를 단행한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인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구씨 지배체제를 강화했다. LG상사도 구자경 명예회장의 둘째동생인 고 구자승 LG상사 전 사장의 장남 본걸(LG산전 부사장)씨가 최근 주식매집으로 최대주주가 됨에 따라 본걸씨의 경영참여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최근 구본무 LG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소환 가능성과 함께 LG카드의 유동성 위기로 결국 금융업을 포기하는 등 경영권 동요가 계속되자 구 사장의 중용을 통해 총수 일가의 직할체제를 공고히 다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최근 이 회장주재 사장단 송년모임에 배석하고 핵심분야 전략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부쩍 `후계자'행보를 강화하고 있어 향후 단행될 인사에서 그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상무가 내년 초 실시될 인사에서 전무 또는 부사장으로 승진하거나 그룹 전체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중책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SK도 올 연말께 단행할 정기임원 인사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그룹회장 등극이나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 등 오너 일가의 승진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도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조양래 회장의 장남 조현식 상무와 차남인조현범 상무보를 나란히 부사장과 상무로 승진시켜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해외파 중용으로 국제경쟁력 확보 =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지사나 법인 등에서 경험을 쌓은 해외파를중용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LG 전자계열사 인사에서는 중국 텐진법인을 매년 40% 이상 고속 성장시켜 온 손진방 부사장과 러시아법인에서 훌륭한 성과를 올린 변경훈 상무(러시아지사장)가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 해외파의 약진을 대변했다. LG는 이와 함께 미국(4개법인)과 유럽(14개법인)지역에 각각 지역총괄을 두고생산.판매.유통.서비스 등을 지휘하도록 해 해외브랜드 제고와 마케팅 활성화를 꾀하기로 했다. 한국타이어가 김덕재 인사담당 상무를 중국본부 인사.구매담당 임원으로 발령한것이나 해외영업본부를 맡고 있는 조현식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주요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시장 강화와 여타 해외시장 진출전략 강화를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책임 경영.발탁 인사로 세대 교체 = 기업들은 올해도 실적에 따른 공과를 분명히 평가하는 한편 가능성을 인정받은 젊고 참신한 인재를 등용해 세대교체를 꾀할것으로 관측된다. LG의 경우 올해는 LG전자 신규임원 24명중 20명(82%)이 45세 이하인 데다 신규임원들의 평균 나이가 43.6세로 지난해(44세)보다 0.6세 젊어지는 등 자질과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은 젊은 인재들이 대거 등용됐다. 삼성전자도 내년 초로 예상되는 사장단 인사와 1월 중순으로 예정된 후속인사에서 양호한 경영 실적을 토대로 대폭의 신규 임원 승진과 발탁인사가 점쳐지고 있다. 한진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부문별 자율권을 강화하되 사업성과에 따라평가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소사장 제도의 정착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대우건설은 박세흠 사장 내정자의 나이가 54세여서 세대교체 차원의 물갈이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