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채에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대졸 신입사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5%도 채 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30% 정도를 여성으로 뽑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특히 올해 공채에서는 여자 합격자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대기업도 등장, 본격적인 '우먼 파워'를 예고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반기 공채를 마친 이랜드 그룹은 신입사원 1백20명 가운데 여자가 65명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직원 수가 더 많았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도 여사원 비중은 29.1%에 달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올해 대졸 채용 인력 가운데 여성인력이 1천8백명으로 전체의 27%였다. 여직원 비율은 2001년 17%(5백명)에서 지난해 23%(1천2백50명)로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삼성은 내년 대졸 공채에서는 전체의 30%(2천여명)를 여성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CJ도 하반기 공채로 뽑은 신입사원 1백60명 가운데 여사원이 48명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CJ는 90년대까지 5∼10% 정도만을 여성인력으로 뽑았으나 지난해부터 그룹차원에서 여성인력 채용을 대폭 확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연하고 창의적'이라는 CJ의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여성인력이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최근 창사 이래 처음 여성 임원을 탄생시키고 여사원 비율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에서도 올해 공채 합격자 1백80명 가운데 38명이 여성이었다. 93년 대졸 공채 때 여성인력을 첫 채용한지 10년만에 여성인력 비중이 20% 정도로 늘어났다. 코오롱은 지난해 이웅열 회장이 우수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여직원 채용비율을 크게 늘렸다. 효성도 올해 공채 2백명중 20%인 40명이 여성이었다. '금녀산업'이라는 인식이 짙은 철강산업에서도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포스코는 올 신입사원 1백50명중 여성이 15% 정도를 차지했다. 포스코는 '생활 속에 함께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딱딱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철녀'들을 대거 채용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