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합니다. 제 나이에 이만큼 일하고 은퇴하는 것이 얼마나 큰 복입니까. 게다가 후임자가 제대로 자리 잡고 힘을 얻으니 그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요." 정년을 5년 앞두고 조기 은퇴,대형교회 세대교체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65·사진 오른쪽)가 지난 16일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소감이다. 옥 목사는 후임자로 선택한 오정현 목사(48)와 약 4개월간의 공동 목회를 마치고 오는 21일 주일예배를 끝으로 공식 은퇴한다. 그 동안에도 옥 목사는 교회 일선에서 물러나 담임목사실을 내주고 주일예배 설교도 모두 오 목사에게 맡겨왔다. "모든 면에서 정점에 있을 때 은퇴하는 게 좋아요. 등 떠밀려서 나오기보다 남들이 아쉬워할 때 나오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요. 우리 교회는 신자들 평균 연령이 마흔 정도인데 60대 노인이 맞출 수 있겠어요. 젊은 목사가 오니까 기도 열기가 폭발하고 생동감이 넘치지 않습니까."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은 사랑의교회는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성인 신자만 1만5천여명,어린이 청소년 등을 합하면 2만1천여명,재적 신자는 5만여명을 헤아린다. 그 중 20∼30대 교인이 60%를 차지해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난다'는 말이 이 교회에선 통하지 않는다. 지난 20여년간 옥 목사가 꾸준히 시도해온 제자훈련 덕분이다. "기독교의 생명은 신앙이 인격과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데 있어요. 그래서 믿는다는 것은 곧 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오늘날 한국 교회가 사회에 비쳐지고 있는 이미지는 '너나 나나 매한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을 공부하고 토론하며 예수님의 삶을 닮도록 사람을 바꾸고 그래서 교회가 변화하도록 하는 게 제자훈련입니다." 옥 목사는 "교회의 양적 성장이 결코 나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물량주의에 눈이 어두워져 영혼의 가치와 가능성을 소홀히 여기는 교회 지도자가 된다면 정말 나쁘다"고 말했다. 교회가 커지고 살림이 넉넉해지면서 세속화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로 노(老) 목회자는 일순 수심에 잠겼다. "교회로선 잘사는 게 병입니다. 옛날에 가난할 때는 이렇지 않았죠.사막에선 성자가 나오지만 스위스의 비경에선 성자가 안 나오는 것처럼 가난하고 고통스러울 때 기독교의 참맛이 나오는 건데 참 걱정입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