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등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이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등 관련 주무부처의 `입김'으로 법안심사과정에서 일부 손질이 가해졌다며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14일 국회 과거사진상규명 특별위원회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특별법안'과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규명 특별법안'이 각각 외교부와 국방부의 입장을 반영, 수정된 상태에서 국회 특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특별법안'의 경우 외교부를 통해서만 자료를 제공받을 경우 진상규명 활동이 제약된다고 판단, `진상조사위원회가 외국 정부에 대해 관련증거의 공개를 직접 요청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제16조 2항)하려했지만 외교부의 강력한 반대로 `위원회의 직접공개 요청 권한'이 삭제됐다. 또 `위원회가 일제강제동원 피해 뿐 아니라 관계기관이 강제동원 피해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조사할 수 있다'는 제17조(조사범위) 부분도 `한.일 양국 간에 이뤄진 외교행위도 조사대상이 될 수 있어 한.일 관계 훼손이 우려된다'는 외교부의의견을 받아들여 전부 삭제됐다. 진상조사위원회 지위는 외교부의 주장이 반영돼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국무총리산하 기구로 격하됐다. 시민단체인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특별법제정추진위'가 5일 공청회 과정에서입수한 자료에서도 외교부는 `입법취지에 공감하나 일본 정부를 통한 진상규명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할 뿐 아니라 (한.일) 양국 관계에 손상이 가는 방향으로 특별법이제정.집행돼서는 곤란하다"며 특별법에 대한 불만을 지적했다.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 진상규명 특별법'도 법안 제정을 껄끄러워 하는 국방부의 주장이 반영돼 수정됐다. 원안에는 진상규명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진상규명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독립기구로 돼 있었지만 국방부의 반대에 부딪혀 국무총리 산하기구로 위상이 떨어졌고, 위원장 또한 민간인이 아닌 국무총리가 맡게 됐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진상규명위원회가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되고 위원장을국무총리가 맡게 되면 소속 위원들이 군.경 관계자들로 채워질 수 있다"면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 활동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사 진상규명 특위는 오는 16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 내용을확정하고 이를 국회 법사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