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낀 아파트 매물은 많지만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를 낀 매물이 외면당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급등하던 상승기엔 현금 부담이 적어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끌던 이들 아파트가 하락기엔 오히려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10·29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겨울방학을 앞두고 매수세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도곡동과 분당신도시에서조차 전세 낀 아파트 매물은 철저하게 소외당하고 있다. 급매물이 소화되기 시작한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도 전세를 낀 아파트는 팔리지 않고 있다. 성창공인 관계자는 "10·29 이후 은마아파트 매물을 찾는 사람들은 실수요자들뿐이며 이들은 당장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를 원한다"고 말했다. 인근 청실아파트와 미도·선경·우성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청실아파트의 경우 정부의 9·5대책으로 재건축이 사실상 힘들어지자 재건축 수요는 사라지고 당장 입주할 학군 수요만 매수 문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매수자 대부분이 매입한 아파트에 직접 입주할 실거주자들"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한 1천여가구의 분당 정자동 아이파크도 전세 낀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인근 베스트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를 끼고 사놓았던 투자자들이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 내놓는 급매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투자 수요가 사라지면서 이들 매물을 사겠다는 매수세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전세 낀 아파트가 찬밥 신세로 전락한 것은 최근 상대적인 전세가격 상승과도 연관이 있다. 현재 전세입자가 있는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매입해 새롭게 전세를 놓는 게 오히려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