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사모주식투자펀드(이하 사모펀드)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면서 사모펀드가 증권.투신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모펀드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기를 불어넣는다면 점차 다양한 형태의 토종 사모펀드가 등장하고 '고위험-고수익'을 지향하는 개인과 기업, 기관들의 뭉칫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구상대로 당장 국내 금융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형 외국계 사모펀드와 겨룰 만한 대규모 국내 사모펀드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 왜 나왔나 정부의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은 한 마디로 국내 사모펀드를 육성해 외국계 사모펀드의 '독식'을 막자는 것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제일은행을 매입한 뉴브리지캐피탈,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칼라일 등 지금까지 진행된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에서 외국계 사모펀드들은그야말로 '종횡무진', 시장을 휩쓸었다. 또 지난 96년까지 19억달러에 불과했던 외국인의 금융산업 직접 투자액 역시 작년 말에는 104억달러에 달해 5년 새 5.5배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자본에 의한 국내 자본 해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고마침내 정부가 나서 연기금, 금융기관, 일반 법인 등이 자본이 결합된 대규모 국내투자자본 형성을 유도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이처럼 형성된 국내 사모펀드가 특히 당장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한투.대투. 대우증권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기관 민영화에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 대규모 토종 사모펀드 출현 '난망'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간내 국내 금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론스타, 뉴브리지캐피탈 등과 같은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항할만한 대규모 토종 사모펀드가 출현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위험성이 크고 투자에 성공한다 해도 자금회수기간이 길어 큰 돈을 집어넣을 '전주'로 누가 나설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신성우 우리증권 이사는 "정부가 구상하는 대규모 사모펀드에 자금여력이 부족한 개인이나 기업이 나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기관이 참여해야 하지만 인수 목적 등이 아니고서야 자본회수 기간이 긴 펀드에 선뜻 돈을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신 이사는 이어 "더구나 향후 한투.대투 등의 처리과정에서 이들의 부실에 대해정부가 어느정도 보전해 줄 것인지 등의 문제가 정리 또는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우선 구조조정에 참여할 사모펀드 설립부터 독려한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일"이라고지적했다. 김승식 삼성증권 증권조사팀장 역시 "정부가 추진하려는 사모주식펀드는 사모펀드의 규모를 대형화해 정부소유 금융기관의 민영화시 외국인 투자자와 경합시켜 제값을 받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참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가운데 마련된 일종의 대안이지만 대규모 사모주식펀드 설립시 누가 돈을 댈 것인가,사모주식펀드의 운용주체는 누가 될 것인가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어 정부의 의지대로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정부의 활성화 의지는 사모펀드 시장 투자자들에게 희소식"이라며 "그러나 사모펀드에 대한 금융기관 출자 등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금감위 승인규정 등 관련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사모펀드 시장 전망은 밝아 당장 대규모 사모펀드의 출현은 쉽지 않겠지만 정부의 사모펀드에 관한 규제 완화에 힘입어 향후 사모펀드 시장의 확대는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저금리 상황을 감안할 때 기본적으로'고위험-고수익'의 성격을 가진 사모펀드는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한 고액 개인 자산가나 기업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리서치센터장은 "더구나 종합주가지수 등을 추적하는 천편일률적인 펀드들에서 벗어나 투신사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모펀드가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고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설립 계획이 줄을 잇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최근 SK투신운용 인수가 마무리되면 1천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설정,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도이치투신은 기업지배구조 문제로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의 설립을 추진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신호경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