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전격적인 퇴진을 몰고온 그루지야 사태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석유ㆍ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위한 광범위한 분쟁이 배경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원유매장이 풍부한 아제르바이잔에서 터키, 서방시장 수출창구로 이어지는 `석유 루트'에 걸쳐있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 국제 석유 메이저들에게는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큰 만큼 석유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사태의 저변에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파리의 지역전문가 아니타 티라스폴스키는 이번 그루지야 사태와 관련, "미국은모든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가 카프카스지역에 다시 복귀하는 것을 막고, 카스피해의원유가 러시아 영토를 거치지않고 자유롭게 판매되도록 하는 2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고 지적, 이번 사태의 원인을 석유를 둘러싼 분쟁에서 찾았다. 카스피해산 원유를 실어나르기 위한 문제의 송유관은 세계은행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ABN암로, 시티그룹 등 민간은행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영국 BP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현재 36억달러의 사업비를 들여 바쿠-트빌리시-세이한(BTC) 구간의송유관 건설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총연장 1천760㎞ 규모로 전세계에서 가장 긴 이번 송유관은 아제르바이잔 수도바쿠에서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를 경유, 터키의 지중해 항구 세이한으로 이어지며러시아의 영토는 경유하지 않게 된다. 하루 100만배럴의 처리능력을 갖고 있는 이송유관은 오는 2005년 완공될 예정이다. 또 송유관 구축사업과 함께 오는 2007년까지 아제르바이잔의 샤흐 데니즈 가스전과 그루지야, 터키의 에르주룸 등을 잇는 가스관 구축사업도 병행 추진될 계획이다. 프랑스 유력일간 르몽드는 이들 사업과 관련, "이들 지역의 에너지 통로는 미국의 대(對) 카프카스 정책의 핵심"이라고 분석하면서 "미국은 이를 통해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2위 군사력을 가진 터키와 연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런던에 있는 프랑스대외문제연구소(IFRI) 토머스 고마르 연구원은 "그루지야는 카스피해 원유 자원을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수출할 수 있는 중심 축"이라고강조, 그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그루지야는 지난 1990년 중반부터 러시아 영향권에서 서서히 벗어났으며,BTC 프로젝트는 그루지야를 러시아에서 분리시키려는 정책을 단적으로 반증하는 사례로 파악되고 있다. 또 러시아의 안보우산에서 탈피, 나토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 또한 간과할 수 없다는 대목이다. 그러나 러시아 역시 카프카스 원유시장에서의 주도적인 역할을 되찾기 시작했으며, 석유산업의 중심에 복귀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고마르 연구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권좌에 오르면서 러시아의 카프카스석유시장 장악 의지는 한층 확고해졌고, 미국은 이들 지역의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9.11테러 이후 러시아의 대(對) 테러경험이 매우 중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24일 BTC송유관 사업이 주요금융기관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이번 사업을 위협하는 요인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물론 이 지역의 상황 악화가 해당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다양한변수가 내재돼 있음을 시사했다. (파리 AFP=연합뉴스) kk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