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의 청약 열기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10·29 조치 이후 실수요자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재편되면서 분양가가 다소 비싸거나 중·대형 평형 비중이 높은 아파트 단지의 청약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청약체감지수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자 일선 분양 관계자들은 청약률 제고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광주 용인 여주 등지에서 분양된 아파트들 대부분이 3순위 청약에서도 미달사태를 빚고 있다. 대주건설이 경기 광주시 도평리에서 분양한 '대주 파크빌'은 2순위까지 집계 결과 청약률이 0.5 대 1에도 못미쳐 분양업체마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전체 4백34가구 중 30평형에만 절반 가량이 청약을 했고 나머지 40평형과 51평형 1백50가구는 대부분 3순위로 넘어갔다. 이처럼 청약률이 저조한 것은 인근 시세보다 턱없이 높게 책정된 분양가 때문이라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지적이다. '파크빌'의 평당 분양가는 6백50만원선으로 입지 여건이 나은 인근 인기 아파트보다 1백여만원 이상 비싸다. 이 때문에 광주시청에서는 분양가 인하권고 조치를 취하기도 했으나 대주건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국세청에 통보까지 한 상태다. 예일건설이 여주군 여주읍 교리에서 분양한 '예일 세띠앙'도 전 평형 미달사태에 직면했다. 분양 관계자는 "낮은 청약률도 문제지만 20일부터 시작되는 계약이 더욱 걱정"이라며 계약률 제고에 비상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예일건설은 여주시가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점을 내세우며 계약률을 높이는 데 애쓰고 있으나 역시 평당 4백만원이 넘는 비싼 분양가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률이 50%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양시장 급랭현상은 그동안 인기 주거지역으로 분류돼온 용인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LG건설이 용인시 수지읍 성복리에서 분양한 '수지 자이'의 경우 희소성이 높은 35평형과 48평형은 지난 17일 지역 1순위에서 마감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으나 58평형은 2순위로 넘겨졌다. LG건설 관계자는 "워낙 관심이 높아 2순위에서는 마감될 줄 알았으나 시장환경이 불투명해서인지 청약을 머뭇거리는 수요자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앞서 용인 동백지구에서 분양된 경기지방공사의 '써미트빌'도 청약 집계 결과 32평형 B타입은 1.86 대 1로 마감됐으나 A타입은 2백32가구 중 53가구가 미달됐다. 특히 '써미트빌'은 지난 7월 말 동백지구에서 분양한 민간업체의 분양가보다 평당 1백만원가량 싼 가격임에도 청약미달 사태가 벌어져 분양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