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에서 대형 소매점포들이 경매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적자를 견디지 못해 경매에서 저가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대형 소매업체들도 장사가 안돼 연말쯤에 가면 적지않은 곳이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까지 올 것으로 우려된다. 사상구 괘법동에 있는 르네시떼는 지하에 삼성테스코의 대형할인점이 문을 열 당시만해도 목이 좋은 곳은 분양가보다 두배로 치솟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69건의 점포가 경매에 나왔고 유찰횟수도 7∼8회까지 이를 정도로 인기가 추락했다. 1층 2평(전용면적 기준)짜리 상점의 경우 감정평가액은 7천만원이었으나 11회나 경매에 부쳐져 8백10만원(낙찰가율 11.5%)에 낙찰됐다. 평균 낙찰가율은 26%를 밑돌고 있다. 르네시떼 관계자는 "상점을 낙찰받아도 장사가 안돼 손해만 볼 지경인데 경매를 받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부산진구 부전동에 있는 지오플레이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1∼3층에 입주한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채 고객들의 발길이 끊긴 상태다. 이 여파로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총 27건이 경매물건으로 나왔다. 3층 1.8평의 경우 감정평가액은 9천4백만원이었으나 낙찰가는 1천6백1만원으로 낙찰가율 17%에 겨우 성사됐다. 지오플레이스내 영화관도 감정가 1백43억에 지난달 21일 경매가 시작돼 유찰된데 이어 오는 25일 다시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법원 관계자는 "지오플레이스의 낙찰가율은 층별 차이는 있지만 대개 감정가의 20%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진구 부전동 네오스포와 중구 부평동의 월드밸리내 대부분의 상가도 경매가 진행중이다. 네오스포는 37건의 상가경매 물건이 나와 37%의 평균 낙찰가율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업체들은 "대형 소매점포의 경우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는데다 백화점 이나 대형 할인점과의 경쟁에서 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무분별하게 상가가 건립되고 분양 또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것도 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업체인 고고넷은 "한번 무너진 상권을 회복하기는 힘들다"며 "상가 조합원들이 지역 특색을 고려하고 새로운 영업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