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열악한 인권상황이 다시 국제사회의비판 도마에 올랐다. 국제 인권단체인 인권감시(HRW)는 7일 발표한 `보안군의 반전시위대 탄압'이라는 제목의 40쪽 분량 보고서에서 이집트 보안경찰이 반전시위대에고문을 비롯해 과도한 폭력을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정부가 지난 3월 21일 반전시위대를 해산하기위해 과도한 무력을 동원했으며 이는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이집트에 서는 3월 20일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된 다음날 사상 최대규모의 반전시위가 수도 카이로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벌어졌다. 뉴욕에 본부를 둔 HRW는 당시 군경이 시위대를 무력으로 해산하면서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고, 어린이들을 포함한 시위 참가자들을 임의 체포, 구금했으며 구금자들을 구타하는 등 고문에 가까운 가혹행위를 자행했다고 폭로했다. 보안경찰은 또 최소 6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800여명의 시위 참가자들을 연행해부적당한 장소에 구금하기도 했으며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풀려났지만 일부는 기소위기에 처해있다고 HRW는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 3월말에서 4월 사이 일부 시민들이 범죄혐의를 입증할 증거도 없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단체와 연루됐다는 혐의로 당국에 연행됐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특히 당국이 `법원의 체포영장'도 없이 이들을 연행했으며 이는 "국내 법을위반했다"고 지적했다. HRW는 하비브 알-아들리 내무장관과 마히르 압둘 와히드 검찰총장 등 고위 관리들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번번히 거부됐다고 밝혔다. HRW의 보고에 대해 정부 대변인인 나빌 우스만 국가공보실장은 "반정부 정치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퍼뜨린 소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나빌 파흐미 미국 주재이집트 대사도 보고서 내용 중 `의도적 고문'에 관한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집트 정부에 반전시위 당시 보안경찰이 저지른 인권침해행위에 대해 "공정하고 신속한 조사를 실시하도록" 촉구했다. 한편 HRW의 인권 보고서가 발표되기 하루전인 6일에도 이집트의 대표적 이슬람정치운동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은 단원 가운데 한명이 카이로의 국가보안경찰 본부에서 고문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무슬림형제단은 성명에서 단원인 사아드 사이드 무함마드 쿠틉(42) 씨가 "수차례의 신문과 다양한 형태의 고문을 받았다"며 "이같은 범죄는 참을수 있는 한계를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집트인권기구(EHRO)도 쿠틉 씨가 시내 병원으로 옮겨져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숨졌다고 폭로했다. HRW의 보고서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동 국가들에 민주화 개혁을 촉구하면서 특히 이집트와 사우디 아라비아 등에 민주화 개혁의 모범을 보이라고 요구한뒤 발표됐다. 무바라크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국민민주당은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 암살 후 22년째 집권해오고 있으며 열악한 인권상황과 야당 탄압으로 종종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