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0월중 회사채가 11개월만에 2천억원어치 순발행(발행액이 상환액보다 많은 상태)됐다고 5일 발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기업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이 그동안 꽁꽁 얼어 있던 설비투자를 살리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다 최근의 수출 호조세와 주가 상승추세 등을 종합해 볼 때 예상보다 큰 폭의 '조기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국내 경기를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내수와 투자가 활발해지는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는데다 산업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들도 아직은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 경기 '기지개' 기대감 경기 회복 기대감의 진원지는 주식시장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 말 이후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 800선을 넘나들고 있다. 주가가 경기에 선행하는 주요 지표라는 점에서 경기회복시점이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수출 호조세도 낙관론에 불을 지피고 있있다. 지난 9월 이후 2개월 연속 2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인 수출이 국내 경기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 '수출 증가→설비투자 확충→고용 확대→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달 회사채 발행액이 증가한 것도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 상에서 볼 때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하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연 4.1%대에 머물던 국고채(3년물) 금리가 보름여만에 연 4.6%로 급등했고 회사채(3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5.1%대에서 5.4%대로 뛰었다. 국내은행 채권 딜러는 "최근 들어 국고채나 회사채 발행물량이 늘어나 금리가 오른 측면도 있지만 그 기저에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3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넘은 것이나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전달에 비해 2.2%포인트 오른 78.7%로 최근 10년 평균치에 근접했다는 점도 경기회복에 무게를 싣는 요소들이다. ◆ 내년 성장률, 예상보다 높을 수도 경기회복 징후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경기를 속단하긴 이르지만 아랫목부터 서서히 온기가 느껴지는 것만은 사실"이라며 "특별한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현재 5.1%로 잡고 있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조사총괄팀 관계자도 "일각에서는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 오고 있다"며 "향후 경기가 지금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한은의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 본격 낙관은 이르다 김일구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수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올 들어 경기가 안좋을 때도 증가율이 20%를 넘은 바 있다"며 "내수와 투자부문에서 회복기미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과 생산만을 놓고 경기회복을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게다가 산업생산 측면에서도 엇갈린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공장가동률이나 생산지수 등은 호전되고 있지만 산업경기를 나타내는 핵심지표인 전력사용량은 아직 밑바닥을 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99년 이후 연간 10%안팎을 기록했던 전력판매량 증가율이 지난 8월과 9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2∼3%대로 떨어졌다. 금성원 우리은행 신탁팀 과장은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위축돼 있다"며 "경기 회복기운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