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대통령이 지난 5월1일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호(號) 선상에서 이라크 주요전투 종료를 선언할 당시 연설대 뒤쪽에 걸렸던 현수막(banner) 문구로 워싱턴 정가가 소란스럽다. 이 스캔들은 `배너게이트(Bannergate)'로 불리는데 현수막에 쓰였던 "임무는 완수됐다(Mission accomplished)"는 문구가 문제되고 있는 것. 민주당 상원지도자인 톰 대슐(사우스다코타) 의원은 "부시 대통령의 승리 선언뒤 오히려 더 많은 미군이 희생됐다"며 "현수막 문구는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우리가 가장 난처했던 경험 가운데 하나"라고 꼬집을 정도다. 대슐 의원은 특히 "행정부는 처음에는 항공모함 승무원들이 요구했다고 하고는 뒤늦게 백악관이 현수막을 제작했다고 마지못해 시인했다"며 부시 행정부의 부정직함을 비난했다. 여론의 관심을 끌지 않고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던 이 문제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와 관련, 한 마디 하면서 오히려 증폭되는 양상이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물론 이 현수막은 항공모함 승무원들에 의해 걸렸다. 그들은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임무가 완수됐다고 말한 것"이라면서도 "(행사를 준비한) 백악관 선발대의 똑똑하지 못한 친구들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은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을 향해 "백악관은 종종 부시 대통령 연설대 뒤쪽에 무언가를 놓아두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현수막이 백악관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 문구가 어떻게 해석될 것인가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몰랐을 수 있느냐"며 따졌다. 그러나 매클렐런 대변인은 "현수막의 문구는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임무가 완수됐다는 의미로 항공모함 승무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라고 되풀이했다. 이에 앞서 주요전투 종료 선언 당시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해안에서 수십km 떨어진 해상에 정박중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항공모함은 해안에서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백악관 공보팀은 또 전투기를 타고 항공모함에 도착, 승전(勝戰)을 선언하는 극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부시 대통령 뒤로 해안이 아닌 수평선이 화면에 잡히도록 연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워싱턴 dpa=연합뉴스) economa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