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은행들이 앞다투어 대출금리를 올리고 예금금리 인상도 검토하는 등 그동안의 '초저금리' 기조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반전에는 무엇보다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이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내수쪽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경기호전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 따라서 현재로서는 금리상승이 우리 경제에 그다지 나쁜 소식은 아닌 셈이다. 특히 그동안 부동산투기와 자금의 단기부동화 등 저금리로 인한 폐해도 만만치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다만 문제는 금리상승의 속도다. 금리가 지나치게 급반등하면 기업이나 가계에 일시적인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이 경우 역설적으로 다시 경기회복세가 꺾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통화신용 정책에서 운용의 묘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대출금리 상승 CD 유통수익률이 상승하면서 당장 은행들의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22일 5.37%(최저금리 기준)였으나 22일엔 5.51%로 한 달 동안 0.14%포인트 상승했다.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지난달 30일 연 5.47%였으나 현재 5.54%까지 상승한 상태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30일 5.87% 수준이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2일 현재 5.94%로 올랐으며, 외환은행 금리도 지난 6일 연 5.48%에서 22일 5.54%로 상승했다. 조흥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이달 들어서만 0.08%포인트 인상됐다. ◆ 예금금리 인상도 검토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인상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우선 제일은행이 다음달 3일부터 연 4.2%인 퍼스트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올려 두 달간 한시 판매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이번주중 수신금리를 0.1%포인트 가량 올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앞서 씨티은행은 수신확대 차원에서 연 5%의 고금리를 지급하는 1년짜리 정기예금을 내놓기도 했다. ◆ 시장금리 왜 오르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다. 특히 최근 갑자기 상승세로 돌아선 환율동향(원화가치 하락)이 그 기대를 증폭시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확대돼 경기회복이 앞당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금시장 내부에서는 이런 모습이 더욱 확연히 감지된다. 최근 들어 국고채 예보채 외평채 등의 공급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지난 8월부터 회사채 발행도 크게 늘고 있는 것.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늘었다는 것 자체가 경기회복의 청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시장금리 상승은 경기회복에 대한 심리적인 기대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일단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금리상승 속도가 문제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기상황을 감안하면 금리가 오를 여건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들은 지나치게 빠른 금리상승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직도 한계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들이 많은데다 4백조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대출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만 올라도 가계의 이자부담은 무려 4조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경기회복과 가계소득의 증가속도를 예의주시하며 '완만한 금리상승'을 유도해야 한다는게 이들의 주문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