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실시된 스위스 총선에서 극우적 성향의국민당(SVP)이 약진함으로써 정계의 구도에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투표가 마감된 직후 실시된 출구 여론조사에서 국민당은 하원(정원 200명) 의석수가 4년전보다 11석이 많은 55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당의 득표율도 5.2%포인트가 많은 27.7%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몇차례의 여론조사는 국민당이 1위를 차지할 것을 점치고있었지만 실제 득표율과 의석수는 이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국민당측은 고무적인 출구 여론조사가 발표되자 이는 "역사적 승리"라고 환호하면서 당수인 크리스토프 블로허에 각료직 추가 배분을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지난 59년 이래 지속된 소위 '마법의 공식(Magic formula)'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법의 공식'이라는 의석수에서 상위 4개 정당이 연정을 구성하고 각료직을 분배하는, 스위스식 권력분점의 형태를 말하는 것이다. ,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과 중도우파인 기독교민주당(CVP), 급진당(FDP),국민당은 이 공식에 의거해 40여년간 집권해왔다. 각료직 배분은 사민당과 기민당,급진당이 각각 2석, 국민당이 1석이었으나 이것이 깨지게 된 것이다. 백만장자 출신의 블로허 국민당 당수는 각료직 추가배분은 "힘든 투쟁"이라고전제하면서 "지난번에는 거의 기회가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50%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기양양해 했다. 연정내에서 가장 약세였던 국민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8년만에 원내 제1당으로부상했다. 반면 급진당과 기독교 민주당은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당은 전통적으로 약세였던 프랑스어 사용지역에서 크게 선전했고 중도우파의 아성인 제네바에서도 2석을 늘렸다. 중도좌파인 사민당의 의석은 종전의 51석에서 54석으로 늘었고 득표율도 1.7%포인트 늘어난 24.2%를 기록했다. 반면 좌파인 급진당과 중도우파인 기독교민주당은 국민당의 기세에 밀려 각각 6석과 9석이 줄어든 37석과 26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당의 득표율은 3.9%와 3.0%포인트가 각각 가 줄어든 16.0%와 12.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녹색당도 99년 당시보다 의석이 4개 늘어 국민당과 함께 이번 총선의 승자로 떠올랐다. 녹색당의 선전은 올여름의 유례없는 폭염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높아진 덕분으로 분석된다. 이런 결과에 대해 사민당의 크리스티안 브뤼너 당수는 일단 만족해하고 있지만기민당의 테오 푀그틀리 당수는 상당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국민당의 선전은 그러나 국민들의 정치에 무관심한 가운데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커져가는 국민 정서를 파고들어, 반이민과 반EU(유럽연합)통합을 외치는 등 '어글리 캠페인'을 펼친 결과라는 점에서 외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