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문제를 놓고 중.일, 아세안등 두 축에 서로 다른 기준과 잣대를 적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말하자면 중국과 일본측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아세안측에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8일 오전 숙소인 하얏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속내'를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FTA 체결에 있어 한국이 더이상 고립되면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간 아세안과의 FTA 체결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배경에 대해 "중국은 농업분야 경쟁력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일본은 농업 구조조정이 거의 완결 단계이지만, 우리는 농업구조조정이 진행중이어서 한발 뒤질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일본은 아세안과의 FTA 체결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아시아의 양대 강국인 중국과 일본이 아세안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아세안과의 협력, 나아가 국제경쟁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런 국제적 추세에 동참하지 않으면 낙오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보여준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노 대통령은 7일 오후 발리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된 `아세안+3' 정상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아세안과 긴밀히 협력하며 내년부터 FTA를 포함한 포괄적인 한.아세안 경제관계 긴밀화 방안에 대해 공동연구를 진행해 나가고 역내 각국과의 FTA체결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FTA는 소지역 그룹간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통해 전반적인역내 교역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EAFTA)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고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반면 노 대통령은 7일 오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3국정상회담에서 3국간 FTA 체결문제를 논의했으나 당초예상했던 대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3국 정상은 공동선언문에서 "3국 연구기관이 수행하고 있는 한중일 FTA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공동 연구의 진전을 평가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장래에 있어서의 3국간 보다 긴밀한 경제적 파트너십의 방향을 모색한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합의사항은 없었다. 노 대통령을 수행한 한 관계자는 "우리의 농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중국과 일본, 특히 중국과의 FTA 체결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때문에 한국은 중국의 농산물 수입 급증, 일본의 첨단기술 이전 소극성 등을 의식해 양자 FTA 체결에 대해선 소극적일 수 밖에 없지만 아세안의 경우 일부 농산물수입 우려에도 불구, 산업경쟁력 면에서 절대 비교우위에 있어 적극성을 보이는게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노 대통령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구상을 완결하는데 아세안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발리=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