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해적'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젊은 체코 금융인이 월가에서 1억8천2백만달러(한화 약 2천2백억원)를 꿀꺽 삼킨 혐의로 3일 뉴욕 검찰에 기소됐다. 그 장본인은 올해 39세인 빅터 코제니.골드만삭스에서 25년간 잔뼈가 굵은 레온 쿠퍼만(60)이 운영하는 오메가란 헤지펀드에 접근,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의 민영화에 참여토록 유혹해 막대한 돈을 착복했다는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이 펀드에 1천5백만달러를 투자한 컬럼비아대학이며,골드만삭스도 2백80만달러를 날릴 위기에 처했다. 현재 바하마에 머물고 있는 코제니는 오메가에서 뺀 돈으로 1천4백만달러짜리 별장을 사고 개인빚을 갚는데도 1천1백만달러를 썼다. 코제니가 월가 농락에 동원한 수법은 구 소련 국가들이 국영 자산을 매각할 때 사용하는 바우처.국영자산 매각증서격인 바우처는 자국민에게만 판매된다. 하지만 바우처는 일단 발행되면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국영자산을 사고 싶은 외국인은 내국인들로부터 바우처를 직접 구매하는게 관행이다. 코제니는 이 같은 관행을 이용,지난 98년 자기 돈으로 우선 바우처를 산 뒤 이를 오메가측에 넘겼다. 하지만 민영화 대상 국영석유회사가 민영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오메가측에 넘긴 가격도 실제 가치의 50배를 넘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뉴욕검찰은 절도죄를 적용,코제니에게 최고 25년까지 형을 살릴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으나 바하마에 있는 코제니가 출두할지부터 미지수다. 게다가 코제니측은 사기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실패'인 만큼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재판진행 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