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규제로 재건축시장이 위축되면서 '리모델링'이 재건축의 대안으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아파트가 단지 전체로는 처음으로 리모델링을 결의한데 이어 주변 단지들도 리모델링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동 한양1차아파트 입주자 대표들로 구성된 주거환경개선협의회(회장 배종일)는 최근 그동안 추진해 온 재건축을 포기하는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키로 결의하고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포스코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공동 선정했다. 지난 71년 준공된 한양1차아파트는 12층짜리 10개동, 총 936가구 규모로 단지전체가 리모델링을 실시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대부분 1∼2개동에 불과했다. 한양1차아파트는 이르면 2005년 말 현대적인 외관과 계단식 구조, 지하주차장을 갖춘 아파트 단지로 다시 태어날 전망이다. 배종일 회장은 "재건축이 최소 5∼6년 이상 걸리는데다 중소형 평형 의무건설비율 확대로 사업자체가 불투명해져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하게 됐다"면서 "우리 단지의 경우 지금의 복도식을 계단식 구조로 변경하면 전용면적도 넓어질 수 있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양1차아파트가 리모델링을 본격 추진키로 하면서 인근의 다른 아파트들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같은동에 있는 미성1차 아파트는 리모델링 추진을 적극 검토키로 하고 현재 리모델링에 따른 수익성 등을 정밀분석중이다. 지난 82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14층짜리 3개동, 총 322가구로 구성돼 있다. 또 서초구 반포동 미도 1, 2차 아파트 등도 리모델링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동 현대5차아파트와 옛 현대사원아파트, 신사동 삼지아파트, 서초동 방배삼호아파트, 방배동 궁전아파트, 이촌동 로얄아파트 등은 이미 지난해 말 또는 올 여름 리모델링을 위해 사업자를 선정해 놓은 상태로 이 가운데 옛 현대사원아파트 등 일부는 이미 공사에 들어갔다. 리모델링이 활기를 띠면서 건설업체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삼성건설과 현대산업개발, 대림건설, 쌍용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최근 시장선점을 위해 리모델링 전담팀을 보강하는 등 대책마련에 착수했으며 현대건설은 한달전 리모델링팀을 신설, 시장공략에 나섰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9.5 재건축대책'과 종세분화 등으로 사업성이 낮아진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들로부터 리모델링에 관한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주민 설문조사 및 의견청취 등을 토대로 단지특성에 맞는 리모델링 모델을 미리 뽑아보는 등 내부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사장은 "우리나라는 안전문제 때문이 아니라 재산가치증식을 위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 "라면서 "리모델링을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세제 등 모든 측면에서 독일 등 선진국 수준의 지원책 정도는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기자 sims@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