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7년 서울 신림동 뒷골목. '골목집'이라는 상호로 자본금 3백만원의 5평짜리 허름한 식당이 문을 열었다. 이렇게 '조촐하게' 시작한 식당은 16년이 흐른 지금 전국 3백40여개의 가맹점과 2개의 대형 해외 점포를 운영하는 '매머드급' 한식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로 급성장했다. 현재 직원만 해도 공장과 영업현장,본사 직원을 합해서 약 6백명에 달한다. 충북 음성에는 대지 2천평 규모의 CK(중앙공급식) 공장도 운영 중이다. 한식 프랜차이즈 시장의 구도를 재편하며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자리잡은 주인공은 바로 ㈜놀부(대표 김순진·www.nolboo.co.kr)다. 놀부보쌈(1백55개점),놀부부대찌게전문점(1백29개점),놀부솥뚜껑삼겹살(20개점),놀부집(5개점),유황오리전문점(7개점) 등에서 보여주는 가맹점의 수학적인 수치는 놀부의 화려한 이력을 방증한다. 일반 대중에게도 놀부는 이미 한식을 대표하는 외식업체 브랜드로 확연히 자리잡았다. 놀부를 한식 프랜차이즈의 최대 브랜드로 키워낸 장본인이 바로 김순진 대표이사(51)다. 본격적인 창업 시장에 뛰어든 후 그녀가 처음 한 일은 점포 모집이 아니었다. 우선 점포 3백개 정도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물류(物流)와 점포 경영 시스템부터 구축했다. 기반을 탄탄하게 만든 후 IMF로 다른 기업들이 움츠릴 때 반대로 공격 경영을 선언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쏟아져 나온 중년 가장들이 너도나도 가맹점에 가입했다. 김 대표는 직원들부터 만족해야 고객들도 만족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기업문화가 한 마디로 '한솥밥 경영'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경제불황으로 다른 기업이 급여를 동결하거나 인원 구조조정에 들어갈 때 오히려 직원 급여를 어느 해보다 많이 인상해 줬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직원들에게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앞으로 우리 전통음식을 새롭게 개발해 사업화하는 것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놀부도 한국 전통음식 개발의 선도 기업으로서 다양한 신규 아이템 개발과 연구에 몰두할 계획입니다.놀부를 해외에 진출시켜 맥도날드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것이 목표죠." 전 세계 1백15개국 2만5천개 매장에서 매일 5천만개 이상씩 팔려 나간다는 패스트푸드의 원조. 성공한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통하는 맥도날드 햄버거에 배짱좋게 도전장을 내민 '간 큰 장사꾼'이 바로 그녀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낸 그의 이력을 감안할 때 김 대표의 각오가 허풍만은 아닌 것 같다. 김 대표는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마흔을 넘긴 지난 93년부터 검정고시를 거쳐 97년 서울보건대학에 진학,전통 조리를 공부했다. 경원대에서 받은 석사학위 논문도 '외식산업 서비스 품질이 고객만족에 미치는 영향'이었고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97년)의 논문 주제도 '한국음식의 세계화 방안'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항상 즐거움이자 정신적 지주였다"고 말하는 그녀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니 노력하게 되더라"고 겸손해 한다. 김 대표는 27일 여성 경영인들의 결속과 역할 증대,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정보교류를 위해 '21세기 여성 CEO 연합' 창립식을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가질 예정이다. 여성경영인이 효율적으로 기업 경영 지식을 공유하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과 바람직한 여성 경영인상을 정립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현재 국내에서 여성들이 경영하는 기업체 수가 소규모 업체까지 합해 약 1백만개로 전체의 35%에 달합니다.이러한 현실 속에서 여성 CEO들의 사회적 역할이나 활동범위가 점차 넓어지리라 생각합니다.여성의 감성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각종 경영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지난 2001년 3월 전국적인 자원봉사단체인 한국상록회 총재에 취임한 뒤 현재까지 적극적인 사회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 대표는 '국졸'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딛고 석사학위를 받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놀부를 국내 최고의 한식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키워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한 그녀는 소비자와 가맹점주로부터 신뢰받는 투명경영으로 해외에서도 놀부 돌풍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02)574-5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