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상승 주범으로 꼽히는 분양가의 원가(原價) 공개여부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신규 분양가가 급등하던 지난해부터 일부 소비자단체들이 원가 공개를 주장해 온데 이어 이같은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22일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주택업계는 기업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고 정부도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희규 민주당 의원 등 30여명이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에 따르면 건설산업기본법상 시공능력 평가 상위 3백위 이내 건설사들은 투기과열지구와 수도권에서 1백가구(기타지역 3백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할 때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이때 공사 원가는 기업회계기준과 건설업 회계처리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개정안은 명시하고 있다. ◆찬·반 입장 팽팽 이 의원측은 "분양가 자율화 이후 건설업체의 과도한 분양가 책정이 무주택 서민의 피해와 부동산 투기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며 "원가를 공개해야 분양가 산정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모임 관계자는 "공공재 성격이 강한 아파트의 투명한 분양가 책정을 유도하기 위해 분양가 산정 표준서식을 만들고 지나친 이익을 챙기려고 할 경우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택업계는 기업 고유 권한인 원가 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은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나 냉장고 등 일반상품은 물론 공기업도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계약 자유의 원칙을 표방하는 시장경제의 기본 질서에 정면 배치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택지비 건축비 외에 유·무형의 가치와 비용이 혼재된 아파트 분양가의 원가를 단순히 산술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기업의 경영전략과 직결되는 원가를 공개한다면 주택업체의 집단퇴출 등으로 공급기반이 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교부도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입장이다.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 공사를 제외한 어떤 상품에 대해서도 원가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며 "공개된 원가 내역이 정확한지도 검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적발한다고 하더라도 제재할 만한 수단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행해도 문제점 수두룩 아파트 분양가의 원가 공개가 의무화된다 하더라도 실제 시행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선 시공능력 순위 3백위 이내의 사업주체에만 적용할 경우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아파트 분양은 종전과 달리 소형 업체가 사업 주체가 되고 중대형 업체들은 시공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상당수 단지들이 원가 공개 의무화 대상에서 빠져 나갈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공택지 확보에 사활을 건 주택업체들이 대부분 별도 법인을 만들어 택지 수주전에 나선다"며 "이들 대부분이 시공능력 3백위 안에 들지 않아 실제로 원가를 공개하는 단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원가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건설사가 제출한 원가의 사실여부는 결국 세무조사나 회계검사를 통해 밝혀야 하지만 이 경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자칫 공사기간이 크게 지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건교부 관계자는 "분양하는 단지마다 원가 내역을 일일이 검증하기가 쉽지 않고 원가 내역이 잘못됐더라도 마땅한 처벌기준이 없다"며 "오히려 잘못된 원가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