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당국에 의해 '친북인사'로 분류돼 37년간 입국하지 못해온 재독 철학자 송두율(宋斗律.59) 교수는 한국과 독일 간 외교마찰 등을 우려해 양보해온 입국을 이제는 더 미룰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19일 베를린 자택에서 한국 특파원들과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오는 22일 가족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안 당국의 조사에 대해 "원칙적으로 거부한다는 입장이지만 나를 위해 애쓰는 분들을 고려하고 외교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품위와 명예가 지켜지는 방식이면 당국의 `일정한 절차'에 응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 내에서 도주 등의 우려가 없는 자신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막판에 사전 체포영장까지 발부받는 등 이해할 수 없는 강경행동을 한다"며 상황에 따라 일체의 조사를 거부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내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거나, 오길남씨 월북을 권유했다는 등"의 부분은 황장엽 씨를 상대로 제기한 3년 간의 명예훼손 소송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근거없다고 이미 판결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3년 독일 국적을 취득한 그는 "독일 정부가 신변의 안전을 보호하겠다고 알려왔으며, 만약 불미스런 일이 있으면 자동 개입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한 외교 마찰과 정부가 타격받는 것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민족을 사랑해 남.북 양쪽을 끌어안고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일해온 나에게 한국 당국이 준법서약서나 체포영장 등을 제시하는 것은 남북한 가운데 어느 한 쪽을 택하도록 강요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도 이런 일을 당하면 더는 귀국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남북 양쪽을 동시에 버린 채 학자로서의 개인활동만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송교수는 부인 정정희(鄭貞姬.61) 씨, 두 아들 준(儁.28)과 린(麟.27) 등 가족과 함께 오는 21일 베를린 공항을 출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22일 오전 11시10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 해외민주인사 초청 행사 등 예정된 공식 일정에 참여하고 부모님 묘소를 성묘한 뒤 10월 초 귀국할 예정이며, 법적 문제에 대비해 변호사가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