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가 19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앞으로 오는 22일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알려왔다. 송교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앞으로 `37년만에 고향을 찾으면서'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보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요약.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강산은 이미 네 번 가까이 변했고, 이에 따라 한국 사회도 역시 많이 변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이번에도 저의 조국 방문을 가로막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꼭 성사시켜 보려했던 것은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그래도 변치 않은 그무엇들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이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임종을 지켜보지도 못한 아버님의 묘소를 처와 두 아들과 함께 찾아가 본의 아니게 저지른 그 동안의 불효를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사고 통절히 빌고 싶습니다. 그리고 짧은 일정이지만 어떻든 그 동안 정말 보고 싶었던 많은 사람들, 우리민족의 내일의 희망이라 할 수 있는 젊은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여러 분들의 진지한 도움으로 저의 한국 체류가 무리없이 잘 이루어질 수 있다면, 저는 민족분단으로 아직도 허리 잘린 조국의 남과 북 사이에서, 그리고 날로 좁아져 가는 의 동과 서 사이에서 오랫동안 으로 살아온 제 자신의 삶을 반추하면서, 미래를 위해 극히 소중한 것들을 가슴깊이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특히 독일통일을 현장에서 지켜본 저에게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는 우리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열정과 상념을 더욱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가다듬을 수 있는, 그러한 귀중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이번 저와 저의 가족이 꿈에도 그리던 조국을 방문해서 같은 민족의 일원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그야말로 깊은 애정 속에서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주신 와 의 여러 분들, 그리고 이 분들의 활동을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 분과 관계 당국자들께 우선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저희들 이외에도 아직 해외에는 고향 땅을 애타고 밟고 싶어하면서도 여태껏 밟아볼 수 없었던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이 분들도 속히 그리운 조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계속 뜨거운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9월 19일 송두율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