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 졌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더없이 가난하고 불안합니다. 그러나 구원의 손길은 찾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종교만이 분열된 인간의 심성을 바로잡아 줄 수 있습니다." 신문사 편집국장을 거쳐 방송사 사장, 국회의원, 정부고위 관료, 대학총장까지역임한 박현태(朴鉉兌.70) 대한언론문화연구원 원장이 고희의 나이에 출가를 하기로해 화제다. 4일 불교 태고종에 따르면 이미 삭발하고 수행정진중인 박 원장은 오는 27일 전남 순천 선암사에서 열리는 태고종의 수계.득도식에 참석, 수계를 받을 예정이다. 태고종의 종법상 출가는 50세 이전으로 제한돼 있으나 그는 종단자체심사를 거쳐 예외를 인정받았다. "'노는 입에 염불한다'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서로 자리다툼을 벌이면서 더이상 남에게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아 조용히 불경공부에 몰두하기 위해 머리를 깎았습니다. 큰 결심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는 출가를 하게 된 개인적 동기를 이렇게 담담하게 말했다. "옛날에 비해 종교가 할 수 있는 범위가 크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기복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복지사회로 넘어오면서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종교가 '관여'할 일이 많아 졌습니다. 종교는 세상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고, 할 수있는 한 힘껏 사람을 위해, 사회를 위해 봉사해야 합니다." 그가 종교에 관심을 기울린 것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교는 물론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모든 종교현상은 그의 관심대상이었다고 한다. 공직에서 손을 뗀 뒤 그간 몸담았던 언론계.정계.학계에서 멀리 벗어나 자유롭게 세상을 살다 본격적으로 불교공부에 빠지게 됐다는 그는 2천500년 역사에다, 8만4천자의 법문으로 이뤄진 불교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경지에는 아직도 한참 모자란다며 "죽을 때까지 수행정진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말했다. 그는 출가 뒤 경기 남양주에 건립될 예정인 백련사(가칭)에서 주지로 일할 예정이다. 부산 동래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1956년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내디딘 뒤 동아일보 기자, 한국일보 정치부장,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장, 11대 국회의원, 문화공보부 차관, 한국방송공사 사장, 한국방송협회장, 언론회관 이사장,수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동명정보대 총장 등 언론계와 정계, 관계, 학계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shg@yna.co.kr